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 (10)

생존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는 속담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이 보다 맞는 말도 없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뛴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하늘을 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정글과 같은 세상입니다. 거기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으니 늘 쫓기는 삶을 살기 십상입니다.

 

야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곱은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형 에서와 싸울 정도로 경쟁적인 인물입니다. 힘이 센 에서에게 밀려서 형 발뒤꿈치를 잡고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장자권에 대한 야곱의 집착은 그치지 않아서 결국 팥죽 한 그릇에 형으로부터 장자권을 샀고, 아버지 이삭을 속이면서 축복도 가로챘습니다. 형 에서와의 경쟁에서 야곱은 승리했습니다.
에서를 피해서 외삼촌이 있는 하란으로 잠시 몸을 피한 야곱은 외삼촌 라반과 경쟁합니다. 외삼촌은 큰딸 레아를 첫째 부인으로 줍니다. 야곱을 속인 것입니다. 그 결과 야곱은 14년 동안 외삼촌을 위해서 종으로 일하게 됩니다. 외삼촌이 야곱보다 한 수 위였습니다.

 

하나님은 그토록 어렵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야곱의 후손이 동서남북으로 흩어질 정도로 번성할 것이라는 벧엘의 약속을 지키십니다. 야곱에게 열한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생긴 것입니다. 레아와 라헬, 그들의 종 빌하와 실바가 경쟁하면서 낳은 자식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일하고 계셨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신실하신 하나님이십니다.

 

라헬에게서 요셉이 태어나자, 야곱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작정합니다. 어머니 리브가의 말대로 며칠만 몸을 피하려던 계획이 외삼촌의 작전에 휘말려서 14년으로 늘어났지만, 이제는 돌아갈 시간입니다. 레아와 라헬의 몸값도 14년의 노동으로 충분히 지불했습니다. 자식이 없는 부인은 여전히 친정아버지 라반의 소유일 수 있어서 조심했지만, 라헬이 요셉을 낳으면서 모든 것이 확보되었습니다.

 

외삼촌은 자식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야곱을 넌지시 붙잡습니다. 얼마든지 야곱이 원하는 품삯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외삼촌은 여전히 야곱을 품삯을 받는 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야곱이 외삼촌 집에 있는 동안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외삼촌 재산이 늘어났기에 야곱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계산입니다.

 

야곱은 품값 대신에 가축을 갖고 흥정합니다. 흰색 양은 외삼촌 것으로 하고 얼룩진 것들은 자기 것으로 하자는 거래입니다. 대부분의 양과 염소 등이 흰색이기에 외삼촌은 흔쾌히 야곱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당시 고용한 목자들에게 지불하는 20%의 품삯보다 훨씬 저렴해 보이는 제안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야곱과 함께하시고 야곱이 꾀를 내서 가축을 치니 야곱의 재산만 늘어났습니다. 야곱이 외삼촌을 이기고 멋지게 살아남습니다. 어느 곳에 가든지 야곱과 함께 하시겠다는 벧엘에서의 하나님 약속이 성취된 것입니다. 할렐루야! -河-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 (8)

레아

 

야곱은 외삼촌 집에서 14년 동안 일해서 사랑하는 아내 라헬을 얻었습니다. 어렵게 얻은 라헬이었기에 레아와 라헬 중에서 라헬을 특별히 더 사랑했습니다. 이해는 되지만 가정에서 한 명의 부인이 소외되고 배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나안에 있을 때, 아버지 이삭은 에서를 사랑하고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했던 것도 생각납니다.

 

야곱의 가족 가운데 레아는 늘 소외된 인물입니다. 야곱의 마음은 언제나 라헬을 향했습니다. 레아의 삶이 불쌍하고 안타깝습니다. 어쩌면 아버지가 시켜서 야곱을 속이고 결혼했습니다. 레아의 의지와 상관없는 그 지방의 관습을 따른 결과였습니다. 눈이 연약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레아의 마음이 연약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그러고 보니 레아는 늘 주변인입니다.

 

하나님께서 레아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보셨습니다. 라헬은 하나님이 돌보지 않으셔도 야곱의 사랑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레아를 향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눈과 마음은 외롭고 약한 사람을 향하심에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이런 분입니다.

 

하나님께서 레아의 태를 열어 주셨습니다. 레아가 임신해서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르우벤이라고 지었습니다. “보라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라헬은 아기를 낳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레아가 아들을 낳았으니 커다란 경사입니다. 야곱의 장남이 태어난 것입니다. 레아가 너무 기뻐서 이제는 자기 남편 야곱이 자신을 사랑할 것을 기대합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끝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여전히 라헬만 사랑합니다.

 

레아가 둘째를 낳고 이름을 시므온이라고 지었습니다. “들으심”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레아가 사랑받지 못했다는 한탄을 들으시고 아들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셋째 아들을 낳고 이름을 레위라고 짓습니다. “연합함”이라는 뜻입니다. 야곱에게 아들을 셋이나 낳아주었으니, 이제는 라헬을 떠나서 자기와 연합할 것으로 생각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넷째 아들을 낳고 이름을 유다라고 짓습니다. “찬송함”이라는 뜻입니다. 레아가 “내가 이제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라고 고백합니다. 야곱이 아니라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보니 남편 야곱의 사랑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하나님을 의지하겠다는 고백으로 들립니다.

 

야곱이 무시한 레아를 하나님께서 돌보셨습니다. 그에게서 맏아들 르우벤은 물론 훗날 제사장 지파의 조상이 된 레위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최고의 왕 다윗의 조상이요 예수님의 조상인 유다가 태어났습니다. 나중에 레아는 잇사갈, 스불론까지 이스라엘 열두 지파 가운데 여섯 명의 아들을 낳고 딸 디나까지 낳았습니다. 그래도 야곱은 레아를 무시한 것 같습니다. -河-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 야곱 (7)

야곱의 결혼

 

야곱이 외삼촌 라반이 사는 하란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우물가에서 라반의 딸 라헬을 만납니다. 어쩌면 야곱에게 운명적인 만남입니다. 하나님께서 벧엘의 약속대로 야곱과 함께하시고 인도하신 결과였기에 매우 감사했을 것입니다.

 

외삼촌 라반도 우물가로 와서 야곱을 집으로 맞아들였습니다. 야곱은 자초지종을 모두 외삼촌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참으로 내 혈육이로다”(14절)는 외삼촌의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외삼촌과 야곱이 유전적으로 뼈와 살이 같다는 뜻이니 외삼촌 역시 야곱의 성품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하란으로 피신 온 야곱이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것입니다.

 

외삼촌 집에 무사히 도착한 것 만도 감사하고 기뻤기에 야곱은 한 달 동안 열심히 일을 도왔을 것입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밥값을 해야 합니다. 야곱은 빈둥거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태중에서 형 에서와 싸웠듯이 목적 지향적이고 전투적인 면이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 식구가 한 명 늘어나는 것은 가장에게 큰 부담이었으니 야곱은 외삼촌 마음에 들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한 달을 살았을 것입니다.

 

외삼촌 라반에게는 딸이 둘이 있었습니다. 첫째 레아는 시력이 약합니다. 히브리어 단어의 의미가 불확실한데, 라헬보다 레아의 외모가 뛰어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레아는 야곱이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우물가에서 처음 만났던 라헬이 야곱 마음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라헬은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외삼촌이 품삯 이야기를 하니 야곱은 예상외의 요구를 합니다. 우물가에서 처음 만났던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아내로 달라는 것입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7년 동안 공짜로 일해서 신랑이 신붓집에 지불하는 선물로 대신하겠답니다.

 

야곱이 라헬을 얻기 위해서 일했던 7년이 며칠처럼 느껴질 정도로 라헬을 사랑했습니다. 어머니 리브가가 외삼촌 집에 가서 며칠만 있다 오라고 했으니 이제 7년이 지나면 라헬과 결혼해서 고향으로 돌아갈 작정이었습니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모두 초대해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하고 저녁이 되니 외삼촌 라반은 라헬이 아닌 큰딸 레아를 야곱에게 들여보냈습니다. 신부 지참금에 해당하는 그의 종 실바도 야곱에게 주었습니다. 야곱을 속인 것입니다.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인 사건과 겹칩니다. 큰형 에서 대신 둘째 야곱이 아버지께 들어갔는데, 외삼촌은 큰딸 레아를 먼저 야곱에게 주었습니다.

 

야곱이 외삼촌에게 따집니다. 속으로 아버지 이삭을 속인 것에 대한 댓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외삼촌의 새로운 제안대로, 야곱은 7일 후에 라헬과 그의 여종 빌하를 아내로 얻고 7년을 더 일하게 됩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야곱에게는 두 명의 부인과 두 명의 여종이 생겼습니다. 야곱의 후손이 동서남북으로 퍼져 나갈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될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셨습니다. -河-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 야곱 (6)

우물가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난 야곱은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길을 떠나서 외삼촌이 있는 하란에 도착했습니다.  개역 성경은 야곱이 동방 사람의 땅에 도착한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히브리어 본문은 하나님을 만난 야곱이 일어서서 길을 떠나는 행동을 강조했습니다. 히브리어 본문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야곱이 그의 발로 서서, 동쪽에 사는 사람의 땅을 향해서 길을 떠났다.”

 

하나님께서 야곱과 함께 하시고 반드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을 받았으니, 야곱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습니다. 야곱이 외삼촌이 사는 하란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보면 하나님께서도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야곱도 벧엘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신앙과 삶이 상당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하란에 도착하니 들에 우물이 있고 그 곁에 양무리 세 떼가 누워있습니다. 목자들이 양들에게 물을 먹이는 우물입니다. 큰 돌로 덮여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할아버지 아브라함도 아버지 이삭의 부인을 얻어 오라고 아끼는 종 엘리에셀을 하란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엘리에셀에게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여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줍니다. 아브라함은 낙타 열 마리도 선물로 보냈습니다. 하란에 도착한 엘리에셀도 우물가로 가는데, 하나님께서 장차 이삭의 아내요 야곱의 어머니가 될 리브가를 만나게 해 주십니다. 그래서 리브가가 유모와 함께 가나안 땅으로 왔고 이삭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야곱에게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단지 야곱은 빈손일 뿐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 채 우물가에서 하란의 목자들을 만났습니다. 야곱이 물으니, 하란에서 왔답니다. 야곱이 외삼촌 라반을 아느냐고 물으니 그의 딸 라헬이 양을 끌고 온다고 대답합니다. 비록 하나님의 구체적인 음성을 듣지 못했지만, 야곱은 하나님께서 구체적으로 돕고 계심을 느꼈을 것입니다.

 

드디어 라헬이 양 떼를 몰고 옵니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야곱이 우물을 덮고 있던 큰 돌을 단번에 옮기고 양에게 물을 줍니다. 얼마나 반가웠으면 그렇게 했을까요? 또한 살아남기 위한 처세였을 수도 있습니다. 라헬에게 입을 맞추고 소리내서 웁니다. 400마일이 넘는 길을 왔습니다. 외삼촌 라반을 만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외삼촌의 딸 라헬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동안의 힘듦과 안도의 울음이었을 것입니다.

 

라헬이 달려가서 이삭과 리브가의 아들 야곱이 왔다고 아버지 라반에게 알립니다. 라반도 달려 나와서 야곱을 맞이하고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야곱이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라반에게 말합니다. 야곱이 갖고 온 선물은 없지만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라반이 “너는 참으로 내 혈육이로다”라고 말하면서 야곱을 받아줍니다. 야곱에게 거할 곳이 생겼습니다. 살 길이 열렸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