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91편 (5)

내가 그와 함께 하여

 

매년 첫째 달에는 그해의 표어를 갖고 주일 말씀을 준비했습니다. 올해는 작년과 똑같이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는 표어로 살기로 했기에, 팬데믹 가운데 새해를 맞는 우리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시편 91편 말씀을 다섯 번에 걸쳐서 나눴습니다.

 
연속 설교 중간에도 말씀드렸듯이 시편 91편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이상적입니다. 말씀을 읽고 또 읽으면 힘이 생깁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우리 삶에 적용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말씀이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시편 91편 말씀이 있는 그대로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을 조심하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시편 91편을 붙잡고 살았는데, 말씀대로 삶이 펼쳐지지 않았다고 실망할 것도 아닙니다. 말씀을 읽고 나누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바로 지금, 말씀을 통해서 힘과 용기를 얻고 다시금 믿음의 자리로 나왔다면, 시편 91편 읽기를 잘한 것입니다.

 
혹시 나중에 말씀대로 삶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도, 그 순간 주시는 하나님 말씀으로 시편 91편을 읽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나님 말씀을 읽고 대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때마다 말씀이 우리에게 힘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건지시고 높이심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시편 91편은 88편부터 이어진 이스라엘 백성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지난 두 주 동안 살펴본 시편 91편 14-16절은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내어 보이시는 에피파니의 순간입니다.

 
알고 보니 하나님께서 침묵하신 것이 아니라 뒤에서 일하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고, 어려운 중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체험한 자신의 백성들을 건지시고 높이실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하나님 백성의 기도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시길 원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간구할 때, 얼씨구나 응답하십니다: “그가 내게 간구하리니 내가 그에게 응답하리라”(15절).

 
하나님 백성이 환난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시고 결국에는 건지셔서 영화롭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오랫동안 장수하는 것은 위험이 많았던 옛날에는 최고의 복입니다. 장수하는 것은 영원한 생명, 즉 구원까지 연결됩니다.

 
새해 첫 달에 함께 나눈 시편 91편 말씀이 2021년 우리 인생길에 토대가 되고 푯대가 되길 바랍니다. 참빛 식구들이 걷는 인생길에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고 천사들을 보내서 보호해 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河-

시편 91편 (4)

네가 나를 사랑한 즉

 

성경 말씀대로 살면 모든 것이 잘 되고 어려운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래서 열심을 다해서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삶이 말씀대로 펼쳐지지 않습니다. 거기서 고민이 생기고 회의가 밀려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책임은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해서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막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의지한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실수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솔직히 힘듭니다.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님만 믿기로 언약을 맺었는데, 이들이 먼저 계약을 어겼습니다. 하나님 아닌 다른 가나안 신들을 섬긴 것입니다. 선지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나라를 잃고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와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질문이 남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들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갖게 되는 일반적인 질문입니다. 시편 91편 앞에서부터 시작된 질문들입니다.

 

시편 88편에서는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버리신 것 같다고 한탄했습니다. 하나님과 자신들의 끈이 끊어진 것 같았습니다. 시편 89편에서도 현재의 고난이 언제 끝날 지 하나님 앞에서 호소합니다. 악인들이 승리한 것에 대한 한탄도 섞여 있습니다. 시편 90편에서는 하나님께서 다시 찾아 오시길 간청합니다. 모세 시대에 이스라엘과 함께하셨던 하나님께서 다시 자신들에게 임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시편 91편에서는 하나님을 향해서 새롭게 신앙을 고백하고 하나님을 의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무엇보다 시편 91편은 예배 상황입니다. 예배를 인도하는 시편 기자가 자신의 고백과 경험을 통해서 하나님이 여전히 함께하시고 이스라엘을 지켜 주심을 선포합니다. 백성들이 “여호와는 나의 피난처시라”고 화답하고, 인도자는 다시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셔서 이스라엘을 지키실 것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시편 88편부터 이어진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답변입니다. 물론 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힘들게 하셨는지는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의지하는 백성들을 건지시고 높이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입니다.

 

우리도 2021년 새해를 힘겹게 시작했습니다. 어려울수록 하나님 품으로 달려가고, 두렵고 불확실할수록 하나님을 의지하기 원합니다. 하나님께서 분명히 책임지실 것을 믿고 신앙의 길을 걸어갑시다.-河-

시편 91편 (3)

네 모든 길에서

 

사람은 <호모 비아토르>,길 위를 걷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생길이라고 하고 신앙의 여정이라고 부릅니다. 길 위는 언제나 복잡하고, 어디로 가야할 지 불안하고, 가만히 멈춰 있을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나그네 삶입니다.

 

길 위의 삶은 치열합니다. 편안하게 쉬고 있을 틈이 없을 정도로 이런저런 일들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지난 시간에 읽은 시편 91편 말씀대로 “밤에 찾아오는 공포, 낮에 날아드는 화살,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이 길 위를 걷는 우리 모두가 겪는 일상입니다. 그러니 삶이 고되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신앙의 경험을 통해 보면,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이런 어려움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악인과 선인에게 똑같이 햇볕이 비추듯이, 어려운 일도 모든 이에게 무작위로 닥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인생을 잘 관리하고 준비하면 어려움을 피할 확률이 줄어들겠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시편 91편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를 잃고 제국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아무래도 자유롭지 않은 속박의 삶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서 70년이 지나면 포로에서 해방될 것을 약속하셨지만, 기다림의 끝이 언제 올지 막연합니다. 믿음이 강해도 기다림은 언제나 어려운 법입니다.

 

그때 시편 91편 말씀은 이들에게 생수와 같았을 것입니다. 천 명이 왼쪽에서, 만 명이 오른 쪽에서 엎드러지지만, 재앙이 하나님 백성에게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 앞에서 안심했을 것입니다. 힘겨운 포로 생활이지만 다시 일어나서 소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 살았을 것입니다.

 

세상은 혼란스럽고 삶은 힘든데 그 틈을 타서 호위 호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벼룩의 간을 빼먹듯이 약한 사람을 착취하는 악인들입니다. 옛날이나 요즘이나 사람 사는 곳에는 이런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화가 나고 속이 터질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악인들을 보응하실 것이라는 말씀 앞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꿋꿋하게 선한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피난처”라고 고백하는 주의 백성들의 가는 길을 천사가 보호해 줄 것입니다. 손을 붙들어서 발이 돌에 부딪쳐 넘어지지 않게 할 것입니다. 독사나 사자 같은 숨어있는 재앙도 발로 밟고 통과할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을 피난처삼고 새해를 시작하는 참빛 식구들께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임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하나님을 확실히 의지하면서 새해를 살아갑시다 -河-

시편 93편 (2)

하나님의 진실함

 

오늘은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공생애를 시작하신 것을 기억하는 주현절 첫째 주일입니다. 대강절(Advent)로 시작한 교회력은 성탄절을 거쳐서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나타나신 주현절에 이르렀습니다.

 

영어로 에피파니(Epiphany)라고 불리는 주님의 나타나심은 기독교 신앙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대강절에 함께 나눈 디도서 2장 11절에서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나타나”라고 했고, 여기서 은혜는 예수님을 가리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처럼 기독교는 예수님의 나타나심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찾아가서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찾아오시고 나타나시는 것입니다. 그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는 것이 신앙입니다.

 

앞으로 6주간의 주현절을 보내면서, 우리 안에 나타나실 예수님을 기대합니다. 그 예수님을 만남으로 우리의 신앙에 깊은 깨달음이 임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우리를 찾아오셨듯이, 구약시대에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찾아가셨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세상이 알지 못했듯이, 구약 시대의 이스라엘도 하나님을 무시하고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백성을 끝까지 책임지셨습니다. 그것이 오늘 본문에 나오는 하나님의 ‘진실하심’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떠나면서, 나라를 잃고 성전도 무너지고 수 천마일 떨어진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갑니다. 그러자 자신들의 잘못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시편 91편은 여전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함께 하심을 확인시켜 줍니다. 지존하신 전능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피난처와 요새가 되심을 선포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올무에서 건져 주실 것입니다. 전염병에서 구원하실 것입니다. 그의 날개로 이스라엘을 덮어서 보호하십니다. 날개는 예루살렘 성전 지성소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했던 그룹의 두 날개를 연상시킵니다. 하나님의 임재입니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타나심 속에 피하면 안전할 것입니다.

 

자신의 백성을 끝까지 책임지고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모든 재앙에서 건져주십니다:“밤에 찾아오는 공포, 낮에 날아드는 화살,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 그러니 신실하신 하나님을 의지하는 주의 백성에게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올 한 해 진실하신 하나님께서 참빛 식구들과 함께 하시고 보호하실 것을 믿습니다. 하나님 의지하며 걷는 한 해의 삶이 되길 바랍니다.-河-

시편 91편 (1)

전능자의 그늘 아래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새해에는 전염병이 사라지고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백신이 나왔지만, 현재 추세로는 쉽게 전염병이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작년보다 나아져서 후반기부터라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니 새해를 맞는 우리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희망의 빛이 저 멀리 보이는 것 같지만, 여전히 깜깜하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닫히면서 여러모로 힘든 참빛 식구들도 계십니다. 권사님들도 거의 일 년을 집에 계시고, 병원에도 편하게 다니실 수 없기에 마음과 몸이 힘드십니다. 이렇게 뿌연 안개 속에 새해를 맞은 적도 없습니다. 그래도 소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주어진 길을 걷기 원합니다.

 

새해 첫 달에는 그해의 교회 표어를 갖고 주일 설교를 준비했습니다.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 표어를 통해서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사60:1)는 표어를 갖고 새롭게 시작하는 2020년대의 첫해를 힘차게 시작하길 원했습니다. 점점 기독교가 힘을 잃으니, 기독교는 물론 우리들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다시 일어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3월부터 팬데믹이 오면서,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올해도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사 60:1)는 작년 표어를 그대로 갖고 살기로 했습니다. 같은 표어로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은 조금 다릅니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볼 여유가 없습니다. 올해 안에 일상이 회복되고 우리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기나긴 재난의 어둠을 뚫고 빛으로 나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낙심과 절망의 세상에 빛을 비추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황이 어떠하든지 일어나서 빛을 비추는 주의 백성이 됩시다.

 

앞으로 1월 한 달 동안은 시편 91편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당시의 이스라엘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나라를 잃고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그때 당시의 상황을 시편 다섯 권 중 네 번째 책(시편90-106편)에서는 “광야”로 묘사합니다. 모세의 인도로 광야 생활을 하던 옛날을 회상하면서, 다시 찾아온 광야 생활을 하나님 안에서 바르게 살기로 결심하는 말씀입니다.

 

시편 91편 기자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그늘 아래 살면서 하나님을 “나의 피난처, 나의 요새, 내가 의뢰하는 하나님”이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확실한 고백이 있습니다. 그것이 어려운 시기를 사는 비결임을 다시 배웁니다. 새해를 맞는 우리도 하나님을 피난처 삼고 하나님 안에 거하기 원합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올무와 전염병에서도 건지실 것을 믿고 힘차게 새해를 시작합시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