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 (5)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구약성경 하박국서에 관한 연속 설교 마지막 시간입니다. 하박국 선지자는 예레미야 선지자와 동시대 인물로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이 하나님을 떠나고 결국 당시의 제국 바빌론에 멸망하는 시대를 살았습니다.

 

예레미야가 하나님 말씀을 들고 거리로 나가서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외쳤다면, 하박국 선지자는 시대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홀로 하나님 앞에 나가서 질문하고 탄식했습니다(1-2장).

 

하박국 선지자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이스라엘에 만연한 악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 지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박국의 예상과 달리 바빌론 제국을 동원해서 이스라엘을 무너뜨리실 것이라고 답변하셨습니다. 하박국은 하나님 백성이 어떻게 이방 제국에 무너질 수 있냐고 강력히 항의합니다. 하나님께서 다섯 가지 “화 있을진저”라는 경고를 통해서 바빌론을 비롯한 악한 세력과 민족들이 반드시 멸망할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하박국서 마지막 3장은 하나님의 응답에 설득당한 하박국의 찬양과 기도입니다. 하박국은 마음에 생기는 의심을 하나님께 나와서 솔직히 질문하고 하나님의 응답을 찾으면서 하나님의 생각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보고 계셨습니다. 때가 되면 악한 세력을 물리치시고 하나님의 영광이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은 세상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2:14).

 

하박국이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두려움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고 이전에 임했던 창조주 하나님의 능력, 앞으로 임할 하나님의 심판,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능력을 찬양합니다(2-15절). 온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죽음의 세력인 바다와 물을 제압하십니다. 악인의 머리를 치시고 그들을 산산조각 부숴 버리십니다. 전사 하나님(Warrior God)께서 이스라엘을 위해서 바빌론을 비롯한 악한 세력과 싸우시는 장면입니다.

 

하박국이 하나님을 찬양하지만, 앞으로 닥칠 재앙을 생각하니 창자가 흔들렸고 입술이 떨리고 뼈가 썩는 것처럼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박국은 희망을 찾았고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립니다. 하박국 선지자의 유명한 고백이 이어집니다:“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3:17-18). 여호와 하나님께서 나의 힘이라고 고백하면서 어려움을 넘고 탄식을 넘어서 소망의 길로 나갑니다. 끝까지 하나님을 기다리고 찾고 구한 하나님 백성이 누리는 은혜입니다.-河-

하박국 (4)

– 정한 때가 있나니

 

하박국서는 선지자 하박국이 두 번의 질문을 통해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고 하나님의 뜻을 묻는 것으로 전개됩니다. 첫 번째 질문은 하나님께서 언제까지 이스라엘에 만연하는 악을 두고 보실 것이냐는 항의입니다. 이에 대해서 하나님은 바빌론이라는 당시의 최고 강대국을 사용해서 이스라엘을 심판하실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하박국 선지자는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믿지 않는 바빌론에 멸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어떻게 하나님 백성이 세상 제국 바빌론에 멸망할 수 있느냐고 재차 질문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 백성이 바빌론에 무너졌을 때 그들이 기뻐하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다고 한탄합니다.

 

두 번째로 질문한 하박국은 망대에 올라가서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하나님의 응답을 끝까지 기다리고 추구하는 하박국의 태도와 믿음이 돋보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박국에게 대답하십니다. 하나님 말씀을 달려가면서도 읽을 수 있도록 판에 새겨 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을 떠난 예루살렘은 곧 바빌론에 멸망하지만, 결국에는 하나님께서 바빌론도 심판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때를 정해 놓으셨습니다. 그것을 잊지 않도록 판에 기록해 놓으라는 것입니다.

 

마음이 교만하고 정직하지 못한 바빌론에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것입니다. 자신을 의지하는 교만, 정직하지 못한 거짓, 술을 즐기며 권하듯이 다른 사람을 유혹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바빌론에 하나님의 화가 임할 것입니다. 바빌론은 여러 나라를 무너뜨리고 큰 제국을 세웠지만, 그들이 행한 교만과 악행을 그대로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섯 가지 “화 있을진저”라는 말씀으로 장차 멸망할 바빌론의 교만과 악행을 일일이 열거하십니다. 첫째는 폭력과 학정으로 여러 나라를 착취한 행위, 둘째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 셋째는 백성들의 피의 댓가로 불의로 도시를 건축하고 곧 불에 타버릴 헛된 일을 행한 것, 넷째는 이웃에게 술에 취하게 해서 수치를 당하게 하고 치욕스러운 길을 가게 한 것, 마지막 다섯째는 나무와 돌을 신처럼 섬기는 우상숭배에 대해서 심판하실 것입니다.

 

반면에,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성전에 계신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고 참되고 살아 계신 하나님이심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분명하게 판에 기록한 하박국 선지자는 하나님의 계획을 깨닫고 감사했을 것입니다. 하박국 선지자의 예언은 훗날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이 되었을 것입니다. -河-

하박국 (3)

–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그동안 살펴본 하박국 선지자의 탄식은 하나님 백성도 하나님 앞에 나와서 탄식하고 때로는 항의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주님의 백성들이 하나님께 나와서 탄식하고 솔직히 자신의 마음을 드리는 것은 하나님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표시입니다. 물론,“나의 하나님”이라는 선지자의 고백은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고 하나님의 응답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하나님을 떠나지 말아야 함을 알려주었습니다.

 

하박국 선지자뿐 아니라 시편에도 하나님 백성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드리는 탄식 기도가 많이 등장합니다. 개인에게 닥친 어려움 가운데 드린 개인 탄식시, 하나님을 믿는 이스라엘에 환난이 닥쳤을 때 드리는 공동체 탄식시들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시편 13편은 다윗이 드린 개인 탄식시입니다.

 

다윗이 베들레헴에서 사무엘 선지자를 통해서 이스라엘 왕으로 기름 부음을 받았지만, 사울의 시기와 질투로 십여 년 이상 광야에서 도피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왕이 되고 노년이 되었을 때는 아들 압살롬이 쿠데타를 일으켜서 밤중에 피신을 가야 했습니다. 다윗은 그때마다 하나님 앞에서 탄식하며 기도했을 것입니다.

 

시편에 등장하는 다윗의 시는 다윗의 삶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역사를 대표합니다. 북이스라엘은 앗시리아에 남유다는 바빌론에 무너지면서 포로로 잡혀가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습니다. 후대에는 알렉산더의 후예들이 예루살렘을 공격해서 성전을 유린하고 예배를 금지했습니다. 그때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 앞에 나와서 탄식하며 기도했습니다.

 

시편 13편에는 “어느 때까지니이까(how long)”라는 질문이 네 번 등장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잊으시는 것 같고, 하나님의 얼굴을 숨기시는 것처럼 하나님의 구원이 임하지 않습니다. 원수들은 하나님 백성을 이겼다고 자랑하고 즐거워하니 견디기 힘듭니다. 그러니 고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질문하는 것입니다. “어느 때까지입니까”라는 질문은 탄식시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다윗은 탄식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의 구원을 구합니다. 대적에게 무너질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그리고 다윗의 탄식시는 “나는 오직 주의 사랑을 의지하였사오니 나의 마음은 주의 구원을 기뻐하리이다”(5절)는 고백으로 마무리됩니다. 탄식의 열매는 포기나 절망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확신하는 구원의 소망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탄식과 애통의 기도는 마음을 하나님께 솔직히 내어놓고 주의 도움을 구하는 깊은 기도입니다. 애통하는 자에게 임하는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할 기회입니다. 우리가 애통하고 탄식할 때 임하는 주님의 위로와 소망을 기대합니다. 할렐루야!-河-

하박국 (2)

– 주께서 어찌하여

 

구약성경 하박국서를 살펴보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하박국서의 특징은 하나님과 선지자 하박국의 대화와 고백으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지자들이 하나님께 받은 말씀을 세상에 나가서 선포한 것과 구별됩니다. 그런 점에서 하박국서는 선지자의 내적 고뇌와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가 특징입니다.

 

하박국 선지자는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이스라엘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죄악, 패역, 겁탈과 강포, 변론과 분쟁”이 세상에 판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무너졌습니다. 의롭게 살려고 해도 악인들이 둘러싸서 의인의 길을 갈 수 없습니다. 그때 하박국은 왜 지켜만 보시는지 하나님께 질문하고 탄식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일종의 항의였습니다.

 

하박국은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이스라엘을 위해 계셔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고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다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의에 침묵하시는 것이 아니라 심판하고 벌을 주셔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세상에 보여주시길 하바국 자신의 입장에서 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박국에게 대답하십니다. 하박국 개인이 하나님께 질문했는데, 하나님은 “너희들”이라고 이스라엘 공동체에 답변하십니다. 자기중심에 머물고 있는 하박국의 신앙을 확장해주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북쪽의 강국 바빌론을 동원해서 이스라엘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사납고 성급한 백성”입니다. 표범보다 빠른 강한 군대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바빌론은 당시 최강의 제국이었습니다. 앗시리아를 정복해서 바빌론 제국을 세웠고, 남쪽의 이집트와의 싸움에서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바빌론에 멸망할 것이랍니다. 그것은 수치입니다. 바빌론이 던지는 그물에 이스라엘이 걸려들고 이방 민족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민족이 아니라 그물에 경배하는 민족입니다. 자기 힘을 믿고 그것을 신처럼 위하는 민족에게 이스라엘이 무너지면 안 됩니다. 하박국이 두 번째로 질문합니다. 하나님 백성이 어떻게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 나라에 멸망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찾는 하박국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거룩하신 이” “만세 전부터 계신 분” “반석”이라고 고백합니다. 절대로 사망에 이를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지만, 다시 하나님께 질문하는 하박국의 모습이 대단해 보입니다. 그 여정에서 하박국의 신앙이 자라고 있습니다. 끈질기게 하나님을 찾는 구도자가 누리는 은혜입니다. -河-

선지자 하박국 (1)

언제까지 입니까?

 

수로보니게 여인에 대한 연속 설교에서 “구도자”라는 표현을 강조했습니다. 구도자는 하나님을 끊임없이 간절하게 찾는 하나님 백성의 마음과 행위를 뜻합니다. 하나님을 진지하게 찾고 하나님의 길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의 완곡한 거절, 개를 언급하신 거친 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님을 찾고 구한 수로보니게 여인은 진정한 구도자였습니다.

 
앞으로 한 달여 살펴볼 예언자 하박국 역시 하나님 앞에 선 구도자였습니다. 하박국은 예레미야와 동시대 인물로 이스라엘이 바빌론에 무너지는 역사의 비극을 눈으로 목도했습니다. 예레미야가 하나님께 돌아오라고 온 몸을 던져서 예언했다면, 하박국은 대중 앞에 나서기보다 자기 자리에서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구도자였습니다.

 
하박국이란 이름은 “품어주다(embrace)”라는 뜻입니다. 나라가 멸망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의 품어주심을 그리워했던 선지자였습니다. 구약의 소예언서에 속하는 하박국서는 전체가 3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째와 둘째는 하나님 앞에서 고뇌하고 질문하는 하박국과 그에 응답하시는 하나님 말씀입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응답을 들은 하박국이 시기오놋이란 음악에 맞춰서 부르는 노래이자 하나님을 향한 신앙 고백입니다.

 
하박국서는 “선지자 하박국이 묵시로 받은 경고”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히브리어 본문은 “선지자 하박국이 본 예언의 말씀”이라는 뜻입니다. 하박국은 하나님 앞에서 질문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박국이 갖고 있던 질문은 세상에 폭력이 넘치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 지에 관한 것입니다. 악이 판을 칩니다. 패역한 사람들이 세상에서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겁탈과 폭력이 앞서는 불의한 세상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서로 고소하고 분쟁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정의가 전혀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뜻을 따라 살려는 의인들이 악인에게 둘러싸고 있으니 의인의 삶이 힘겹습니다. 하박국은 이렇게 어그러지고 패역한 세상에서 하나님을 의지했습니다. 하나님께 나와서 간절히 기도하고 하나님의 손길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느 때까지니이까(how long)”라고 하나님 앞에서 탄식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우리도 언제나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질지 탄식하며 기다립니다: “주님, 언제까지입니까?” 하나님께서 침묵하셔도 끝까지 주님의 뜻을 묻는 구도자가 되길 원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