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안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빌레몬서는 한 장 밖에 되지 않고, 바울과 오네시모 그리고 빌레몬 세 사람만 등장하는 단출한 말씀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하나님을 믿는 진실한 신앙과 사랑이 잔뜩 베어져 있습니다.
바울은 골로새 교회의 빌레몬에게 편지를 쓰면서 빌레몬에게 잘못하고 도망친 종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종이 아닌 사랑하는 형제로 받아 주길 부탁했습니다. 오네시모가 로마 감옥에 있는 바울을 만났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서 바울의 심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빌레몬에게 알리지 않고 오네시모를 데리고 있을 수 있었고, 알리더라도 명령조로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자기에게 보내라고 강요할 수 있었지만, 신사적으로 부드러운 마음과 말씨로 빌레몬에게 부탁했습니다. 빌레몬이 “자의로”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바울의 부탁을 들어주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절차의 중요성과 믿음의 백성들이 서로 배려하는 품격을 느꼈습니다.
바울은 오네시모가 잘못했거나 행여나 재정적으로 손해를 끼친 것이 있으면 자신이 대신 갚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오네시모를 더 이상 종이 아니라 같은 주님을 믿는 형제로 받아주라는 부탁입니다. 바울은 믿음과 사랑의 사람 빌레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빌레몬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것을 확신합니다: “나는 네가 순종할 것을 확신하므로 네게 썼노니 네가 내가 말한 것보다 더 행할 줄을 아노라”(21절).
바울의 부탁이 매우 특별한 것이었지만, 바울과 빌레몬 사이에는 흔들림 없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오네시모 역시 옛 주인 빌레몬과 새로 섬기기 시작한 바울의 믿음과 성숙함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 더욱더 새로운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훗날 오네시모라는 에베소 교회의 감독이 배출되는데 바울이 아들이라고 말했던 빌레몬서의 오네시모라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빌레몬서를 읽으면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와 하나님을 연결해 주신 예수님과 바울이 겹쳐서 떠오릅니다. 오네시모가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면 바울이 대신 청산해 주겠다는 말에서 우리의 죗값을 대신 치르고, 우리와 주인 되신 하나님을 이어주신 예수님의 은혜를 생각합니다. 우리 역시 하나님을 등지고 떠날 때가 많이 있으니 오네시모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빌레몬서는 골로새 교회를 넘어서 그 이후에 예수님을 믿게 된 하나님 백성들에게 큰 은혜를 끼쳤습니다. 우리도 바울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화평케 하는 자로 살기 원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