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아침, 라이드로 섬기시는 권사님께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전도사님께서 전화를 받지 않으시고 아파트까지 올라가서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으시다는 것입니다. 전화를 하신 권사님도 전화를 받는 저도 설마 했습니다. 요즘 쉽게 잠이 들지 않으셨다니 새벽녘에 약을 드시고 주무셨다가 깊은 잠에 빠지신 줄 알았습니다. 서둘러 따님에게 전화를 해서 전도사님 댁에 가보시길 청했습니다.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예배 시간이 되어서 사무실을 나가는 순간 둘째 따님이 전화를 해서 다급한 상황임을 알려주십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주일 예배 시간입니다.
셀폰을 강대상 앞에 갖다 놓고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는 전도사님께서 대표기도를 하시는 주일입니다.제가 대신 기도하는데 목이 메였습니다. 전도사님의 회복을 위한 기도보다 주님께서 그 영혼을 긍휼히 여겨주시고 꼭 안아주실 것을 기도했습니다. 제가 왜 그런 기도를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예배를 인도하는 내내 전도사님께서 앉아 계시던 자리가 눈에 밟힙니다. 예사롭지 않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성도님들과 인사를 하고 강대상 위에 얹어 놓은 셀폰을 보니 음성 메시지 표시가 있습니다. 따님께서 문자와 음성으로 “어머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앞이 깜깜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엊그제 수요예배 때도 참석하셔서 근래에 없이 큰 소리로 기도하셨습니다. 전도사님의 기도소리를 들으면서 저도 덩달아 힘이 생겼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에 제 손을 꼭 잡아 주셨습니다. 저도 전도사님을 살짝 안아드렸습니다. 이렇게 최근 몇 주간 전도사님은 회복의 기미를 보이셨습니다. 얼굴도 좋아지셨고 어지러운 것을 제외하고 생기가 도는 것 같아서 내심 감사하던 차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도사님께서는 하나님께로 가실 것을 아신 듯 만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전하셨습니다.묵묵히 교회를 섬기는 권사님께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시고 천국에서 뵙자고 말씀하셨답니다. 자신은 하나님께 가실 준비가 다 되었고 자식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도 남기셨고, 마지막 참석하신 노인회에서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시는 찬송가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나네”를 하늘을 바라보면서 천사처럼 부르셨고, 제가 차에 모시고 새벽기도회에 갈 때마다 전도사로서 하나님 영광 가리지 않고 하나님께로 가길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더니 당신의 소원대로 홀연히 하나님께 가셨습니다. 손 한번 더 잡아 보고, 앙상하게 마르신 전도사님을 한번 더 안아드리고, 제가 기도해 드리면 기도 중에도 본인이 아픈 곳에 손을 갖다 대시는 손길을 한번 더 느껴보고 싶었건만 홀연히 가셨습니다. 주일예배에 가시려고 목욕재개 하신다는 말씀을 막내따님에게 남기고 하나님께 가셨습니다. 하나님께 가시기 하루 전, 동생처럼 아끼며 의지하던 아래층 권사님을 찾아가서 내일은 꼭 같이 예배에 가자는 말씀을 하시고 본인은 정작 하늘나라 예배에 가셨습니다.
제가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아서 전도사님은 큰 수술을 앞두고 입원하셨습니다. 그때 본인은 하늘나라 초청장을 받았기에 아무렇지도 않다고 태연하게 수술실로 들어가셨습니다. 초청장에 날짜가 없었다고 하시면서 거뜬하게 큰 병에서 회복하셨습니다. 평생을 전도사로 사셨습니다. 아무리 몸이 편찮으셔도 기도하실 때의 목소리는 우렁차셨습니다. 주중에 교회를 비울 일이 있어서 말씀을 부탁 드리면 팔십이 넘으신 전도사에게 주는 특권이라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습니다. 어머님께 배우셨다는 옛날 찬송가를 무반주로 부르실 때는 온 교회가 함께 박수를 치면서 전도사님의 찬송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조기순 전도사님 – 저에게는 지난 8년 동안 어머니 같은 분이십니다. 힘들 때 언제나 제 곁을 지켜주셨고, 힘을 내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저를 보면 시골에서 목회하다가 강단에서 순직한 동생이 생각난다면서 늘 측은히 여겨 주셨습니다.아직도 전도사님의 기도가 필요하고, 전도사님의 손길이 그리운데 홀연히 가셨습니다. 하나님 품이 얼마나 좋으셨으면 사랑하는 자식들과 교우들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훌쩍 떠나셨는지요! 전도사님의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늘나라에서 주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본인이 섬기던 교회와 목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실 것을 믿고 편안히 보내드립니다. 고통 없는 주님 품에 영원히 거하십시오. 조전도사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 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2014년 2월 27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