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할머니 권사님들을 모시고 칼리스토가 온천장에 다녀왔었습니다. 온천장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권사님들께서 서둘러 야외 온천탕으로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의자에 편안히 누워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신 권사님, 여전히 온천탕에서 몸을 지지고 계시는 권사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권사님, 오후의 따가운 햇볕을 피해서 그늘에 앉아서 담소하시는 권사님들. 마치 젊은 청년들을 데리고 수련회에 온 것 같았습니다. 수영복을 입고 당당히 걸어 다니시는 권사님들의 맵시가 미스 코리아 못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한마디씩 하십니다. “목사님도 얼른 수영복 입고 들어와요!”
지난 달에는 짐 에리오테스라는 83세의 할아버지가 미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령 선수라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사우스다코다에서 열린 마이너리그 야구 경기에서 1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짐 할아버지는 파울 한 개만 쳐내고 헛스윙 삼진을 당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의 나이와 똑 같은 숫자인 83마일짜리 공에 삼진을 당했지만, 그 분이 과시한 노익장은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짐 할아버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회가 더 주어졌다면 안타를 칠 수 있었다고 호통을 쳤습니다. 왜 시니어 리그(senior league)에서 뛰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곳에서 던지는 투수들의 공이40-50마일인데 그것은 너무 밋밋하고, 적어도 90마일은 되어야 타석에 들어설 마음이 생긴다고 당당하게 답변했습니다.
원래 노익장이라는 말은 중국의 후한시대 광무제 때 마원이라는 사람의 어록에서 유래하였습니다. 큰 뜻을 품고 부지런히 무예를 익혔던 마원은 예순 두 살의 나이에 전쟁에 나가서 흉노를 토벌하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습니다. 노익장은 마원의 말 “대장부가 한번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 (老當益壯).”에서 나왔습니다.
성경에는 노익장을 과시한 인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여호수아와 함께 가나안 땅을 정탐했던 갈렙입니다. 가나안 땅을 차지할 수 있다고 자신감 넘치는 보고를 했던 갈렙은 그로부터 45년 후에 여호수아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합니다. “모세가 나를 보내던 날과 같이 오늘도 내가 여전히 강건하니 내 힘이 그 때나 지금이나 같아서 싸움에나 출입에 감당할 수 있으니 그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수14:11-12) 그때 갈렙의 나이 85세였으니 대단한 노익장을 과시한 셈입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에도 보통 20여 년의 시간이 우리들에게 주어집니다. 젊었을 때, 미리미리 훗날을 준비해 놓지 않으면 인생의 황혼기를 허술하게 보낼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삶을 한 순간도 낭비해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이미 노년기에 이르신 어르신들께서는 삶의 경험과 지혜를 후손들에게 나눠주시는 노익장을 과시하셔야 합니다. 비록 삼진을 당하더라도 인생의 타석에 들어서려는 패기를 간직하셔야 합니다.
사랑하는 권사님들! 저도 내년에는 꼭 수영복을 입겠습니다. 한 해 동안 부디 건강하셔서, 내년에도 멋지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십시요. (SF한국일보 종교칼럼, 2006.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