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폭풍이 일어 배 한 척이 난파하면서 배에 타고 있던 남자 둘이 손바닥만한 섬까지 어렵사리 헤엄 쳐 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쩔쩔매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기로 하였다. 그 와중에도 누구의 기도가 더 힘이 있는지 알고 싶어 두 사내는 작은 섬을 둘로 갈라서 각각 차지하고 기도를 시작하였다.
그들은 제일 먼저 먹을 것을 청하기로 결정하였다. 기도가 끝나자 한 남자가 자기 구역에서 나무열매를 발견하고 배를 채웠다.다른 남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일 주일이 흐른 뒤, 이쪽 남자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서 아내를 얻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이튿날 배 한 척이 난파되더니 그 배의 유일한 생존자인 아리따운 여인이 섬에 도착하였다. 저쪽 남자의 기도는 하나도 응답되지 않는 듯 했다. 아내까지 얻은 남자는 신이 나서 이제 자녀와 집과 의복을 달라고 기도하였다.그랬더니 기도하는 것 마다 모두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족이 그 섬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다. 다음날 보니 배 한 척이 가까운 해변에 와 있었다.
섬에 남아 있을 친구가 걱정이 되었지만 기도의 응답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축복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신의 짐만 열심히 챙겼다. 그리고 섬을 막 떠나려고 하는데 하늘에서 소리가 들여왔다. “너는 어찌하여 네 동료를 남겨두고 떠나려 하느냐?” 기도가 모두 응답된 남자가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내가 받은 복은 내가 빌어서 받은 것이니 나 혼자 누려야 할 몫입니다. 저 친구는 응답 한번 받지 못한 걸요.” 그때 하늘에서 이런 책망이 들려왔다. “헛소리 말아라. 내가 응답한 기도는 바로 저 사람의 기도니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남자가 응수하였다. “저 친구가 무슨 기도를 했기에 내가 받은 이 모든 복이 그의 덕이란 말입니까? 어디 말 좀 해 보시지요?” “저 사람은 너의 모든 기도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느니라.”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이란 책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투적이고 흔한 이야기 같지만 자세히 읽고 생각해보면 그냥 넘길 수 없는 진실이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이웃사랑이 어떤 것인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복음성가의 가사가 떠오릅니다. “당신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 내릴 때…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누군가 기도하네.” 우리는 너무 자주 교만해 집니다. 조금만 상황이 나아지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어깨가 으쓱해지고 세상이 자기 것인 양 우쭐댑니다. 모든 것을 혼자서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자기만의 하나님을 상정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힘으로 된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가장 큽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과 기도가 우리를 이 자리까지 인도해 주었습니다.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가져야 할 겸손한 마음입니다. 부활절을 대망하며 사순절을 보내는 요즈음,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주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들로 우리네 세상이 가득 찼으면 좋겠습니다. (SF한국일보종교칼럼 2007.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