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어거스틴은 교회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입니다. 교회 안에 여러 가지 논쟁이 난무하고 교회권력이 생겨서 교회를 흔들기 시작할 때, 어거스틴은 논쟁의 가닥을 잡아주고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신앙이 무엇인지 깨우쳐주었습니다. 어거스틴은 354년 아프리카의 카르타고에서 태어났습니다. 질풍노도와 같은 십대에 여자를 알았고, 20대에는 진리를 찾아서 방황했습니다. 그의 어머니 모니카의 눈물의 기도와 어거스틴 자신의 깨우침으로 서른두 살이 되어서야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가 기독교의 진리를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체험한 후에 기록한 것이 유명한 “고백록(The Confessions)”입니다.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사랑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큐피디타스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카리타스입니다. 큐피디타스는 탐욕적인 사랑인 반면에 카리타스는 영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사랑입니다. 큐피디타스는 남을 이용해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사랑이지만, 카리타스는 희생과 나눔의 사랑입니다. 큐피디타스에서는 사랑이 수단이 되지만, 카리타스에서는 사랑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큐피디타스가 생겼다가 없어질 소모적인 사랑이라면 카리타스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솟아나는 생산적인 사랑입니다.
어거스틴은 우리들이 어디를 향하는가, 즉 지향성에 따라서 사랑의 성격이 정해진다고 했습니다. 세상을 향하고 있다면 그것은 곧 탐욕적인 사랑으로 이끌리게 됩니다. 사랑한다는 미명하게 서로를 이용하고 자신의 잇속을 모두 챙긴 후에는 헌신짝처럼 버리는 변덕쟁이 사랑입니다. 우리들이 하나님을 향할 때에 비로소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용납하고,이웃도 자신처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향한 진실된 사랑고백이 저절로 우러나올 것입니다.:“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시18:1).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세상의 탐욕적인 사랑을 하나님을 향한 카리타스로 정화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탐욕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진실된 하나님의 사랑을 펼쳐 보이므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줄 사명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들은 물론 온 교회에 주어진 사명입니다.
또한 어거스틴에 따르면 사람들이 (세상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비위를 맞추거나 최고라고 추켜세울 때에 특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것을 즐긴다면 여전히 큐피디타스를 극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존경 받는 삶을 살다가 세상에서 유명해진 후에, 세상 덫에 걸려서 인생을 망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세상이 자신을 즐겁게 해 줄 때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 카리타스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세상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가 자초한 불행입니다.
우리들은 간사하고 분별력도 부족합니다. 자신에게 잘해주고 이익이 있으면 세상과 하나님 가리지 않고 무조건 그곳으로 향합니다. 모든 것이 “나” 중심입니다. 큐피디타스 –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잘못된 곳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세상이 미워하든지 좋아하든지 그리고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지 해바라기처럼 한결같이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품어야 합니다. 그때에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사람들이 우리를 흠모하는 눈길 바라볼 것입니다. (SF한국일보종교칼럼, 2006.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