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처럼

지난 주간에는 오랜 간만에 새벽예배를 마치고 금문공원에 갔었습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더욱 푸르러진 나무들이 두 팔을 활짝 벌려반갑게 인사하는 듯 했습니다. 봄철이 되니 공원 여기저기에 봄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산책로 길목마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이름 모를 들꽃들의 색깔이 형형색색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이 만든 물감으로 칠한다면 그토록 예쁜 색깔이 나오지 못하겠지요. 가까이 다가가서 꽃잎을 조심스레 만져보고, 코를 가까이해보니 향기가 전해집니다.

말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아름다운 자태와 은은한 향을 내는 들꽃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꽃들을 왜 여기에 피게 했을까? 꽃도 예쁘고 향기도 그윽한 데 왜 한 자리만 지키고 있을까?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신의 자태를 뽐내면서 살아도 좋을 텐데…….말도 하지 못하고 손짓도 하지 못하니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자신의 모습과 향기를 자랑할 수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들에 서 있는 식물들을 보면서 은혜를 받습니다. 식물들은 꽃씨가 떨어진 곳에 뿌리를 내리고 일평생 그 자리에서만 삽니다. 누군가 옮겨주지 않으면 자기 힘으로 한 뼘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렇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식물들이야 말로 창조주 되신 하나님의 명령에 100% 순종하는 피조물입니다.

반면에 우리 사람들은 참 변덕스럽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를 만끽한다고 제 마음대로 움직이고, 자리를 이동합니다. 그리고 창조주를 향해서 불평합니다. 왜 자신을 이토록 초라하게 만들어놓았냐고, 자신이 움직일 때 왜 제지하지 않으셨냐고…….피조물 가운데 특별히 인간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통제할 자유를 주셨는데, 우리 인간들은 그 자유를 이처럼 남용하고 있습니다.

공원을 거닐면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하나님, 들꽃처럼 살게 해 주세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하나님과 세상을 향해서 향기를 내뿜게 해주세요. 자신의 자리에서 예쁜 꽃을 활짝 펴서 하나님께만 칭찬받는 들꽃과 같은 인생을 살게 해 주세요.”

봄의 한 가운데 와 있습니다. 오늘은 예배 후에 공원에 가셔서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과 자연을 깊이 느껴보십시오. 하나님의 창조섭리가 깃든 자연과 더불어 심호흡을 해 보십시오. 새 힘이 생길 것입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