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교만

깊은 산속에 작은 옹달샘이 있었습니다. 옹달샘에서는 언제나 맑고 깨끗한 샘물이 솟아 나왔습니다. 큰 짐승한테 쫓겨 다니다가 겨우 몸을 피한 토끼가 이젠 살았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목이 말랐습니다. 그래서 옹달샘을 찾아 허둥지둥 목을 축이고는 “아이고. 시원하다. 물맛이 이렇게 달콤한 줄 몰랐네”라고 말했습니다. 조금 있자니 이번에는 감기가 잔뜩 걸린 사슴이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 비틀비틀 옹달샘을 찾아 왔습니다. 와서 샘물을 바짝 마른 혀로 몇 번 핥아 마시고는, “어 참 쓰기도 하다. 샘물 맛이 이렇게 소태처럼 쓴 줄은 몰랐어”하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개미 한 마리가 옹달샘 곁 바위를 기어가다가 아차 잘못하여 데굴데굴 굴러 풍덩 샘물에 빠졌습니다. 개미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있는 힘 다 내어 소리질렀습니다. “개미 살려요! 개미 살려요!” 물 위에 떠서 허우적거리는 개미는 옹달샘이 그냥 무섭기만 했습니다. 마침 바람이 휙 불자 가랑잎 하나가 매달려 있던 마른 가지에서 시나브로 떨어져 옹달샘 위에 내려 앉았습니다. 가랑잎은 샘물 위에 팔다리 죽 뻗고 누워 둥둥 떠다니며 “허허 참! 세상에 이렇게도 편한 침대가 다 있었던가? 아 기분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옹달샘 둘레에 토끼, 사슴, 개미 그리고 가랑잎이 모였습니다. 먼저 토끼가 나서더니, “이 샘물은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고 시원한 물이야”, 사슴이 썩 나서서 “천만에 말씀! 이 옹달샘은 세상에서 제일로 소태처럼 쓴 물이야.” 죽을 뻔하다가 겨우 가랑잎 위로 기어올라 살아난 개미가 앞다리로 힘껏 도리도리를 하며 말했습니다. “말도 말아. 말도 말아. 옹달샘은 죽음으로 이끄는 넓고 넓은 문이야. 끔찍해!”

그러자 마지막으로 가랑잎이 말했습니다. “너희들 다 모르는 소리, 옹달샘은 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침대야.” 넷이서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우겨대고 있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이 모든 얘기를 듣고 계시던 하나님께서 빙긋이 웃으시며 한 말씀하셨습니다; “허허허…… 옹달샘은 그냥 샘이란다.”

이현주 목사님의 <옹달샘은 샘이다>라는 동화책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인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들은 자꾸만 자신의 관점에서 사물을 파악하고 이해하려 합니다. 토끼와 사슴 그리고 개미와 가랑잎이 옹달샘을 각각 평가하듯이 말입니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편견 때문입니다. 편견이 지나치면 자신만이 옳다고 우겨대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교만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체험하고 이해한 그 하나님만이 진짜인 것처럼 고집할 때가 있습니다.하나님을 자꾸만 좁디 좁은 자신의 생각 속에 가두어 두려고 합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자신이 갖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그릇된 믿음을 그것만이 진리인 양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보다 더 심한 교만도 없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편견에서 비롯된 현상들입니다.

편견을 없애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비결입니다. 그것은 내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창조주 하나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고집과 편견을 버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주변사람들을 받아주고,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옹달샘이 그냥 샘이듯이 말입니다. (2008.6.19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