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을 넘어 감사를…

어떤 사람이 사막을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내려 쪼이는 햇볕과 뜨거운 모래의 열기를 참고 여행하다 보니 기진맥진해서해가 떨어지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꿈결에 이런 음성이 들렸습니다. “내일 해가 돋거든 당신의 주머니마다모래를 가득 채우시오.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이요사막이야 널린 것이 모래 아닙니까? 여행자는 다음 날 아침 동이트자마자 주머니에 모래를 가득 채웠습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모래가 주머니에 가득 채워져 있으니걷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걷다가 모래를 적당히 덜어내고 밤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입니까? 이튿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다이아몬드 몇 개가 바닥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깜짝놀라서 일어나 보니 주머니에서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진주와 같은 보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주머니의 모래들이모두 보석으로 변한 것입니다. 여행자는 땅을 쳤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중간에 모래를 버리지 말았어야 했는데,주머니가 많이 달린 옷을 입고 왔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왕이면 커다란 자갈을 짚어 넣을 걸 등등 아쉬움과 후회에털썩 주저앉아서 가슴을 쳤습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한결같은 교훈은 욕심에 대한 경계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더 가지려는 소유욕이 있습니다. 옛 어른들의 표현을 빌리면 “움켜지려는 마음”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주머니 속에 있는 보석들도 공짜로 얻은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잃어버린 것에 미련을 둡니다. 그러다 보니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옵니다. 대신에 감사하는 마음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면 아쉬운 것이 많습니다. 특히, 올 해는 쓰나미처럼 갑자기 밀어닥친 금융위기와 경제불황으로 사막과 같은 광야길을 걸어 왔기에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그 가운데 흘러 보낸 시간이 매우 아쉽습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서 허무하게 흘러 보낸 시간들을 떠올리면 하나님께 부끄러울 따름입니다.부지런히 살겠노라고 새해에 결심했지만 편한 것을 추구하는 천성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습니다. 분주하게 살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 시간들도 많습니다. 내 뜻대로 살아 보려고 발버둥치고 내 이름을 드높이려고 열심히 뛰어다녀봤지만 허전함만 남아 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나서야,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니라는 잠언말씀의 의미를 새삼 깨닫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아쉬움이 밀려들지만 거기에 매여 있는 것은 신앙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들이 아무리 애를 쓰고 순간순간 알차게 계획하며 살았다 해도 아쉬움은 늘 남는 법입니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아쉬운 일보다 감사한 일들을 기억해 내고 싶습니다. 우선 마음 속에 감사 주머니를 하나 만들어 놓는 겁니다. 그리고 가정적으로, 직장과 사업 속에서 감사하고 기뻤던 일들을 감사 주머니에 담아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끝까지 채울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올 초부터 지금까지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헤아려보면감사 주머니가 순식간에 가득 찰 겁니다. 그 주머니를 가슴에 안고 기우뚱거리면서 하나님 앞에 나오는 순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2008.12.18 SF한국일보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