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 세 마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의 가치가 천 냥과 맞먹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언어습관은 인생에 커다란 밑천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세 마디의 말이 있습니다.어찌 보면 미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들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Sorry(죄송합니다)”, “Excuse me(실례합니다)” 그리고 “Thank you(고맙습니다)”입니다.

버스 안이나 상점 등에서 무심코 어떤 사람과 몸이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미안해서 겸연쩍어 하고 있을 때 상대방에서 먼저쏘리/sorry”라고 말합니다. 사실미안해요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도리어 핑계를 대거나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를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기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가장 가까운 친지나 부부간에도미안해요!”라는 말을 잘 못합니다. 때로는 누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을 할 지 기다리면서 힘겨루기를 합니다. 하지만 먼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미안합니다 아니 뭘요, 괜찮습니다는 이해심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좋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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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뉴욕 할렘 가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시끄러운 음악이 거리에 울려 퍼지고 골목으로 들어가니 웃통을 벗은 청년들이 쳐다보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간신히 자동차를 세우고 가장 선하게 보이는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보려는데엑스큐즈 미/excuse me”라는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식으로 그냥헤이(여봐요)!”라고 불러서 길을 물었는데 친절하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저씨는 무척 마음씨가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이제는 저도 습관이 되어서 “excuse me”를 자주 사용합니다. “실례합니다라는 표현은 자신을 배려해 달라는 정중한 요청입니다. 자신의 허물과 부족을 인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 전에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공손한 표현입니다. “실례합니다 괜찮습니다는 밝고 투명한 세상을 만들어주는 좋은 말입니다.

미국에서 하루 중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아마도 댕큐일 것입니다. 때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가 아니라 사회통념상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국사람들은 댕큐를 남발합니다. 이유야 어째든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어서 속이 상해 본적은 없습니다. 도리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별로 큰 호의를 베푼 것도 아닌데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니 겸연쩍기도 하고 이제는 자연스레천만에요라고 답변합니다.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웃는 얼굴에 화낼 수 없듯이, 상냥한 미소로댕큐라고 말하는데 얼굴을 찡그릴 수 없습니다. 이처럼 감사합니다 천만에요는 훈훈한 세상을 만들어 주는 좋은 말입니다.

어느덧 2009년 새해에의 첫 달이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올 한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잔뜩 흐림입니다. 이런 때 일수록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세 마디를 입에 달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그러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한층 따뜻해지고 무엇보다 좋은 말을 사용하는 우리들 각자의 마음과 삶이 맑아 질 것 같습니다. (SF 한국일보 2009.1.21일자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