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길이 고난길이 되다

앞으로 6주에 걸쳐서 구약성경의 룻기를 연속으로 설교할 예정입니다. 룻기의 배경은 구약의 사사시대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출애굽하여 40년 광야시대를 지나서 여호수아의 인도로 가나안 땅에 들어간 직후가 바로 사사시대입니다.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도 가나안 땅을 정복한 후에 하나님께 갔고 그 다음에는 사사들이 등장해서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사사는 재판관이라는 뜻이지만 이들은 실제로 하나님께서 세우신 지도자였습니다. 삼손과 기드온이 당시의 유명한 사사들입니다. 사사시대는 이스라엘이 매우 어지러운 때였습니다. 사사들이 없으면 백성들은 가나안땅의 우상을 섬기고 연이어 이웃나라가 쳐들어와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사기 후반부에는 이스라엘 민족 안에 내분이 생겨서 처참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발생합니다.

룻기의 배경이 되는 사사시대는 이처럼 하나님께 불손종한 백성들이 판을 치고,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숭배했으며, 폭력이 난무한 어지럽고 절망스러운 시대였습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극심한 가뭄까지 들었습니다. 그때 베들레헴에 엘리멜렉(나의 하나님은 왕이시다)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엘리멜렉은 가뭄을 피하기 위해서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땅으로 피난을 갑니다.

고향을 등지고 살 길을 찾아서 모압땅에 왔지만 그곳에서 이들은 더 큰 재난을 경험합니다. 말 그대로 피난길이 고난길이 된 것입니다. 먼저 가장인 엘리멜렉이 죽습니다. 그의 부인 나오미와 두 아들만 남게 된 것입니다. 나오미는 그곳에서 두 아들을 모압 여인들과 장가들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입니까? 이들이 모압에 가서 10년쯤 살았을 때 두 아들마저 죽습니다.

룻기는 이렇게 한 가족에 임한 고난으로 시작합니다. 이들에게 닥친 고난은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룻기는 이 고난이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매우 흥미롭게 설명해 줍니다. 이들의 고난 뒤편에 하나님께서 계셨습니다. 또한 룻기에 나오는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들(나오미, 룻, 보아스)은 모두 하나님을 진실 되게 믿는 아름다운 믿음의 소유자들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당시의 세상은 매우 혼탁했습니다. 하나님을 믿기보다 내부의 분열과 싸움으로 불신의 벽이 높아지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신실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있었고, 하나님은 이들을 주목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서 새로운 구원의 역사를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룻의 후손 가운데 다윗 왕이 탄생하고 천여 년 후에는 룻의 가보에서 예수님께서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룻기 연속설교를 통해서 서머나 식구들게 다음과 같은 은혜가 임하기를 바랍니다. 첫째로, 우리 자신과 역사 속에 임하는 하나님의 귀한 섭리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나오미가 겪은 고난의 삶에 우리들 삶의 여정을 대입해보고 그 안에서 위로와 힘을 얻는 것입니다. 셋째로, 혼탁한 세상에서 하나님께서 쓰신 나오미, 룻, 보아스의 성품을 살펴보고 이들을 닮는 멋진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결심하는 것입니다. 룻기 연속설교를 통해서 우리 안에 하나님의 은혜가 잔잔히 그리고 깊이 임하기를 바랍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