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도 다 지나갑니다. 이 달이 가면 올해도 3분의 2가 지나는 셈입니다. 이렇듯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을 두고 고려시대의 한 시인은 이렇게 읊었습니다: “한 손에 막대기 잡고 또 한 손에 가시를 쥐고/ 늙어가는 것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기로 치려고 하였더니/ 어느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커다란 강처럼 유유하게 흘러가는 시간 한가운데서 느끼는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시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탄만 하고 있으면 한번뿐인 인생이 너무 초라해 집니다. 호주 출신의 작가 마이클 프로스트가 쓴 “일상–그 하나님의 신비(Eyes Wide Open: Seeing God in the Ordinary)”라는 책이 있습니다. 영문 제목을 그대로 옮기면“눈을 크게 뜨세요 그리고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바라보세요”쯤 될 것입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일상 속에 깃든 하나님의 은혜와 손길을 수없이 놓치고 산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들려오는 새소리, 일정하게 동이 터오는 새벽빛과 아름다운 저녁노을, 호숫가에 피어 오르는 아침 안개 등등 일상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손길을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너무 특별하고 커다란 은혜를 추구한 나머지 잔잔히 임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남편과 아내, 우리들의 분신인 자녀들, 또 부모형제, 친구와 이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삽니다. 길 가에 피어 있는 꽃들 속에도 하나님의 손길과 배려가 깃들여 있는데 무심코 지나칩니다. 하루 동안 겪는 무수한 사건들 속에도 하나님의 간섭과 섭리가 있건만 모든 것이 제 힘으로 된 듯이 으쓱대거나 일이 안되면 쉽게 절망합니다. 우리들 곁에서 동행해 주시는 하나님을 느끼는 것은 매우 짧은 시간뿐이고 대부분 불평을 입에 달고 삽니다. 왜 그럴까요?
마이클 프로스트는 두 가지 이유를 제기합니다. 첫째는 현대인들이 너무 바쁘게 생활하기 때문이랍니다. 삶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기 위해서는 약간의 서행이 필요합니다. 100마일로 달려가면서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속도를 줄여야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사물을 대충 보고 넘어가기 때문이랍니다. 멈춰 서서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살펴보고, 코로 향기를 맡아 보았을 때 그 속에 깃든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프로스트는 이목집중의 훈련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혜에 눈과 귀를 집중해서 살펴보고 감지하는 훈련입니다. 그러면 이곳 저곳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보물찾기 하듯이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고는 기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손길은 저 멀리 무지개처럼 펼쳐있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그리고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서 하나님의 숨결이 들려옵니다. 그것을 감지하는 그리스도인은 무척 행복한 삶을 살 것입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법을 배웠기에 매사에 감사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프로스트는 다음과 같이 우리를 일깨워 줍니다:“나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에 미적 감각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든 일상적인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다. 단순한 대답과 산문체 일색의 단조로움이 아니라 세심한 관찰력과 미적 감각, 창조 세계를 끌어안으려는 시인의 마음을 회복한다면 당신의 인생은 아름답게 변할 것이다.”-河- (2009.8.20 SF 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