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 요즘 어디를 가나 쉽게 듣는 인사말입니다. 말 그대로 성탄절은 즐거운 절기입니다. 아니 즐겁다 못해서 기쁜 성탄입니다.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성탄 카드와 선물을 주고 받는 것도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캘리포니아는 불가능하지만, 성탄절 아침에 하얀 눈이라도 내려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된다면 연인들의 마음은 한없이 설렐 것입니다. 이쯤 되면 말 그대로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하지만 매년 맞는 성탄의 참 뜻은 이것보다 훨씬 깊고 넓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한 농부의 집에 세를 들어 사는 가난한 구두수선공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아내와 번갈아 입는 낡은 외투가 한 벌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여유가 생기면 양 가죽으로 된 외투를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이 구두수선공의 소박한 소원이었습니다. 하루는 모아놓은 돈을 갖고 양 가죽을 사러 읍내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양 가죽이 터무니없이 비싼 겁니다. 외상으로 양 가죽을 사려고 하니까 가게주인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구두 수선공은 화가 나서 가지고 있던 돈으로 그만 술을 마셔 버렸습니다.

얼큰하게 술이 취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교회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교회 앞에 이상한 물체가 있는데 술김에 보아도 사람 같습니다. 괜히 다가갔다가 화를 당할까 두려워 못 본 척 하고 지나쳤지만 양심에 가책이 생겼습니다. 발길을 돌려서 가까이 가서 보니 아주 온화하게 생긴 젊은 청년이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측은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입고 있던 한벌뿐인 낡은 외투를 젊은이에게 냉큼 벗어줍니다. 젊은이에게 이말 저 말을 걸어보니 집도 없고 거할 곳도 없답니다. 결국 이 젊은이를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이 아주 환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 젊은이를 본 구두수선공의 아내가 펄펄 뜁니다. 그나마 있던 외투도 젊은이에게 주었고, 가난한 살림에 군식구가 늘었으니 아내가 화를 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때 구두수선공이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당신에게는 하나님도 없소?”

이 한마디에 구두수선공의 아내는 자신의 인색함을 뉘우치고 젊은이를 받아들입니다. 갈 곳 없는 젊은이는 가게에서 구두수선을 돕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이 젊은이는 하나님께 벌을 받고 세상에 내려온 천사였습니다. 훗날 이 천사는 다시 하늘로 올라갑니다. 결국 구두수선공과 그의 아내는 은연중에 천사를 대접한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이 소설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 앞에 “모든 인간은 스스로를 걱정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한 벌뿐인 외투가 없어도, 가난한 살림에 군식구가 들어와도,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사랑만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요 기쁨이라는 것입니다.

성탄의 정신 속에도 이와 같은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세상을 한없이 사랑하셔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예수님! 죄로 인해 죽어가는 인생을 살리기 위해 결국에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신 예수님! 그 예수님의 사랑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랑을 조금이라도 이웃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성탄의 즐거움보다 더 깊고 오묘한 하늘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200.12.24.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