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마음 (3) : 침묵의 시간 갖기

새해 들어서 시편 62편 말씀을 갖고 연속으로 설교하고 있습니다.“다윗의 시”라는 표제어가 붙은 시편 62편을 두고 독일의 신학자 바이저는“친구에게 배신당한 사람의 슬픔”이 담겨져 있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부서지고 깨진 관계에 대한 다윗의 고뇌와 하나님을 향한 말없는 외침이 시편62편에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시편 62편 속에는 세상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지난주에 살펴본 3-4절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로 악하고 못되게 변했는지를 가르쳐줍니다. 현재 다윗의 상황은“넘어지는 담”이요 “흔들리는 울타리”와 같습니다. 가만히 놔두어도 비틀거리다가 그냥 넘어질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다윗과 친구로 지냈던 사람들이 다윗을 향해서 박격포를 쏘아댑니다. 흔들리는 다윗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속셈입니다. 그러니 다윗의 마음이 얼마나 쓰리고 아팠겠습니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소위 세상에서 출세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높은 곳에 올라간 인생을 떨어뜨리려 애를 씁니다. 거짓말과 모함을 일삼습니다. 입에는 축복의 말을 하지만 진작 그 마음속은 시기와 질투 그리고 미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들이 사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이토록 어지럽고, 시끄럽고, 억울한 세상을 사는 다윗은 아주 성숙한 태도로 세상과 맞서 싸웁니다. 그렇지만 다윗의 싸움은 조용한 싸움입니다. 사람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씨름입니다. 시편 62편 1-2절은 후렴처럼 두 번씩 반복됩니다(5-6절):“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는도다.” 다윗은 지금 어그러지고 부서진 세상을 뒤로하고 하나님 앞에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잠잠히 하나님만을 바랍니다. 하나님만을 향한 침묵의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2005년 필립 그로닝이라는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into great silence)이 한국에서 소리 소문 없이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고 있답니다. 이 영화는 무려 162분 동안 대사가 없는 침묵의 영화입니다. 3시간에 가깝게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침묵으로 기도하고 살아가는 모습, 수도원을 둘러싼 아름다운 알프스 산맥의 경치, 수도사들을 깨우는 종소리 만 들립니다. 해발 1300미터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일상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침묵은 매우 아름답고 어떻게 보면 참 화려합니다.

침묵 속에 울려 퍼지는 수도사들의 모습은 시편 62편 속에서 다윗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보는 것과 아주 흡사합니다. 새해 첫 설교에서 하루에 2-3분만이라도 침묵의 시간을 가지면서 2010년을 사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우리들은 말을 참 많이 합니다. 우리들의 귓전에 무수한 말들이 들려옵니다.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올 한해 세상의 소리에 귀를 막고 하고 싶은 말을 절제하면서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보는 훈련을 하기 원합니다. 그때 미세하게 들려오는 하늘의 음성을 듣고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