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존 스토트 목사님께서는 목사가 설교본문과 주제를 정할 때는 대개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첫째는 예전적 설교입니다. 이것은 설교말씀을 예배의 형식과 내용에 맞추는 것입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교회력에 맞춰서 정해진 본문을 설교한다면 그것이 예전적인 설교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가톨릭에의 신부들께서 하시는 강론 역시 예전적 설교에 가깝습니다.
둘째는, 목회적 설교입니다. 교회와 성도들의 삶과 신앙에 맞는 말씀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은 모두 은혜롭고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이 되지만, 목회를 하면서 꼭 필요한 말씀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불경기가 계속되고 삶이 지치고 힘들 때는 성도들께 힘을 주는 격려의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성도들이나 교회의 신앙이 느슨해지고 뒷걸음을 치고 있다면, 목회적으로 경각심을 불어넣는 설교를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개인적 설교입니다. 목사가 개인적으로 은혜 받은 것을 성도들과 함께 나누는 말씀입니다. 목사부터 말씀을 붙잡고 씨름하고 거기서 말씀의 능력을 체험했을 때, 전하는 말씀에 은혜가 넘치고 마음 깊숙이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시편 62편을 갖고 말씀을 전하면서 제가 먼저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세상의 어그러진 모습을 보면서 더욱 더 하나님을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위기의 인생길을 걷는 다윗을 보면서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어도 뒤죽박죽인 세상 속에서 어려움을 당할 수 있고 사람들의 멸시와 시기를 받을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을 잠잠히 의지하는 신앙인의 힘과 끈기를 배웠습니다. 믿는 자들의 반석이요 산성이요 피난처가 되시는 하나님을 또한 만났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눈을 감고 잠잠히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제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하늘의 평안과 안식을 누리는 귀한 순간들입니다.
이제 오늘부터 “위로의 하나님”이라는 주제로 연속해서 설교하려고 합니다. 성경본문을 모두 정하지는 못했고 몇 주 동안 하게 될지도 확실히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매주 주시는 대로 말씀을 차근차근 준비해서 전하려고 합니다. 제가 위로의 하나님이라는 주제를 정하게 된 것은, 새해 심방을 하면서 우리 성도님들의 삶이 쉽지 않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생업이 힘겹습니다. 가정과 자녀들을 위한 기도제목도 꽤 많습니다. 건강도 예전처럼 튼튼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신앙도 흔들립니다. 아니 이 어려운 불경기 가운데서도 호황과 은혜를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내면에는 왠지 모를 불안함과 허전함이 있어서 종종 우울해 집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서머나 식구들만의 문제라기보다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위로가 필요한 인생입니다.
오늘 함께 나눈 말씀의 예화처럼,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들에 나두고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마음이 바로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동전 한 개를 찾으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것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성경이 가르쳐주는 하나님을 잠잠히 묵상하면, 주일마다 찬양하는 “참 좋으신 하나님”을 온 몸으로 체험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한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시고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 힘내십시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