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막바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 주일은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백성들은 겉옷을 길에 펴면서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찬송하리로다 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라고 외치면서 종려나무를 흔들고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구약의 예언대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시는 예수님께서 로마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줄 메시야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윗 왕국이 재건될 것을 기대했습니다. 자신들의 소원과 욕구를 채워주는 정치적 메시야로 예수님을 본 것입니다.
하지만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예수님은 로마를 전복시킬 의도가 전혀 없으셨습니다. 도리어 로마 권력에 의해서 자신이 전복될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이스라엘을 정치적으로 해방시킬 생각은 안중에도 없으셨고, 오직 모든 인류를 죄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하나님의 구원계획만을 생각하셨습니다. 가진 조롱과 멸시를 받으면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셔야 할 예수님이셨습니다.
이처럼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 예수님의 마음과 로마로부터 해방될 것을 기대하는 백성들의 마음은 말 그대로 동상이몽이었습니다. 수일 후에 백성들은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않을 것임을 발견합니다. “호산나”를 외치면서 예수님을 맞이했던 백성들이 빌라도 앞에서 예수님을 비난하는 폭도로 변합니다. 예수님을 향하여 겉옷을 깔던 백성들이 이제는 겉옷을 흔들면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칩니다.
백성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도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뭔가 큰 일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물위를 걸으시고 풍랑을 잠잠케 하신 예수님, 귀신을 쫓으시고 죽은 자를 살리신 예수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예루살렘을 통치하는 로마제국을 허물고 메시아 왕국을 세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권력을 잡으시면 양 옆에 앉게 해달라고 인사청탁을 하는 제자들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무력하게 로마 군병들에게 체포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제자들도 백성들도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로 등극하시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줄 알았는데, 예수님께서는 도리어 극악한 죄인들이 달리는 십자가위에 올라가셨습니다. 역시 동상이몽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이유를 성경을 통해서 그리고 수없이 들은 설교를 통해서 무엇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의 마음은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보다 거리에서 종려나무를 흔들면서 다윗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대하는 백성들에게 달려갑니다. 하나님의 뜻보다 우리들의 욕심과 기대가 채워지길 바라면서 예수님을 믿습니다.
사순절 막바지에 우리 각자가 믿고 기대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원합니다. 우리들 역시 예수님을 우리 좋을 대로 믿고 있지 않은지요? 자신의 긴급한 요구에 응답해 주시는 도깨비 방망이나 911 구급차 정도로 생각하지는 않는지요? 기도제목 가운데 한가지만 응답되지 않으면 불평하고 배반하는 얄팍한 신앙은 아닌지요?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에 자신을 철저히 복종시키셨습니다. 우리들 역시 예수님을 닮아야 합니다.내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예수님과 함께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야 합니다. 그것이 동상이몽이 아닌 예수님과 같은 마음을 갖고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참모습입니다.(2010년 3월 26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