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

오병이어(五餠二魚)의 표적은 우리들에게 매우 친숙합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시고 열두 광주리가 남은 놀라운 기적을 행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리 바다 건너편에 가셨습니다. 어느덧 예수님께서는 유명인이 되셔서 어디를 가든지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 왔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병 고침을 받는 것은 물론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그들의 영적 갈증을 해소하려고 모였습니다.

예수님 당시는 말씀이 갈(渴)하던 시대였습니다. 구약의 말라기 이후로 선지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은 백성들을 보살피기보다 각기 자기의 길을 가기에 바빴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로마 정권과 결탁해서 자신의 배를 채웠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앙만을 지키면서 백성들을 무시했고, 어떤 사람들은 폭력을 통해서 로마 정권을 물리치려고 쿠데타를 도모했습니다. 그때 일반 백성들은 설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은 지쳐 있었고, 식민지하에서 하루하루 쪼들리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소외되고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찾아가셨습니다. q백성들도 예수님이 계신 곳에 모여들어서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비록 하루하루의 삶이 먹을 양식도 없을 만큼 힘겨웠지만 예수님께서 전해주시는 복음은 이들에게 소망이 되었고 능력이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의하면 “큰 무리”가 예수님과 더불어 산에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이 다가오던 때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무리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셨습니다. 한 끼라도 그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으셨습니다. 아니 예수님은 충분히 그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예수님께서 빌립에게 “어디서 떡을 사서 이 무리들을 먹일 수 있을까?“라고 물으십니다. 빌립은 베드로와 같은 마을 출신으로 일찍이 예수님의 제자가 된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빌립을 시험(test)하신 것입니다. 빌립은 그 많은 무리를 먹이기 위해서 2백 데나리온이라는 큰돈이 필요하다고 펄쩍 뜁니다. 그동안 예수님께서 표적을 베푸시는 것을 보았다면, 예수님께서 하나님이심을 인정하고 돈이 아니라 예수님의 능력을 기대했어야 합니다. 예수님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었던 빌립은 안타깝게도 세상적으로 예수님의 물음에 대답했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말하기를 한 아이가 도시락으로 싸온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가 있답니다. 예수님께서 그것을 갖고 축사하시고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어린 아이가 내놓은 작은 음식이 시발점이 되어서 오천 명이 먹는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기적은 작고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됩니다. 아무리 작은 것도 하나님께 쓰임 받으면 커다란 표적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됩니다. 오병이어의 표적은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의 공급자가 되시고 자신이 스스로 생명의 떡이 되심을 보여줍니다. 오천 명을 먹이시는 표적을 체험한 백성들은 “이는 참으로 세상에 오실 그 선지자라”(14절)고 고백했습니다.

우리 시대에도 오병이어의 기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시작이 하나님의 능력을 불러일으키고 오천 명이 배불리 먹는 나눔의 은혜가 우리 가운데 임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