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큐티 말씀인 시편 88편을 설교본문으로 삼았습니다. 구약성경의 시편은 모두 150편의 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들은 다시 크게 5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것은 구약성경의 첫 번째 다섯 책인“모세오경”을 따라 구분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편에는 “다윗의 시”라는 표제어가 붙어 있고, 그 밖의 시편들은 아삽이나 고라와 같은 구약시대에 음악을 담당하던 시인들이 기록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시편 88편은 “전체 시편가운데 가장 슬픈 시(the saddest Psalm in the whole Psalter)”라고 불리곤 합니다. 시편 88편을 개인탄식시라고 불립니다. 개인이 겪는 신앙과 삶의 어려움을 하나님 앞에서 탄식하면서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편에는 이와 같은 개인 탄식시가 꽤 많습니다. 대부분의 탄식시는 후반부에서 기도응답과 희망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시편 88편은 끝까지 하나님의 도우심에 대한 확증이 없습니다. 바이저라고 하는 구약학자는 시편 88편에는 한 줄기 위로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할 정도입니다.
시편 88편을 기록한 시편기자는 현재 개인적으로 무척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3절에 의하면 “대저 나의 영혼에 곤란이 가득하며 나의 생명은 음부에 가까웠사오니”라고 고백합니다. 그의 모든 삶이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다가 죽음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 무덤에 누워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나님께 버림받았고, 하나님께서 그의 삶을 돌보지 않으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시편 기자는 자신이 하나님께 벌을 받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주의 진노가 자신을 눌러서 현재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시편 기자의 영혼과 육체에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죽음에 이를 정도로 힘이 빠졌고, 그의 영혼은 하나님께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의 곁에 있던 친구들도 모두 떠나갑니다. 세상에 시편 기자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극도의 외로움입니다. 사람에게마저 버림받은 것입니다.
시편기자는 이처럼 칠흑과 같은 어둠속에서도 하나님을 잊지 않습니다. 1절에서는 하나님을 향해서 “여호와 내 구원의 하나님이여!”라고 하나님을 부릅니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친구들마저 떠난 지금, 시편 기자가 바라볼 수 있는 곳은 하늘뿐입니다. 하나님만이 자신을 구원해 주실 수 있음을 알기에 하나님을 향하여 “내 구원의 하나님”이라고 부릅니다. 움
직이면 움직일수록 깊이 빠져드는 수렁에 빠진 그 순간에도 시편기자는 밤낮없이 주님께 부르짖습니다. 자신의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되고 하나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으셨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여호와여 오직 주께 부르짖었사오니 아침에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달하리이다.”
요즘은 형통의 신학(prosperity theology)이 유행입니다. 하나님 믿으면 만사가 형통한다는 현대판 기복주의신앙입니다. 이런 신앙의 풍조 속에서 시편 88편은 진실된 신앙이 무엇인지, 신앙의 진수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줍니다. 깊
은 신앙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주님을 잊지 않고, 주님을 향하여‘여호와 내 구원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어려움을 도리어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과 깊은 교제로 이끄는 축복으로 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끝까지 씨름하면서 주님께 부르짖는 것이 진실된 신앙입니다. 정금과 같은 아름다운 신앙이지요!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