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예배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2년 전에 시작했던 구약성경의 소예언서 공부를 모두 마쳤기 때문입니다. 호세아부터 시작되는 12권의 소예언서는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말씀이 아닙니다. 주일예배에서 설교하려면, 그 내용이 너무 무겁습니다.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많이 있어서 혼자 읽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약성경의 소예언서 말씀을 강해나 설교로 함께 나눌 기회가 적습니다. 아니 교회를 수십 년 다니셨어도 소예언서의 말씀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지 못한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년여 소예언서를 모두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주신 축복이었습니다.
소예언서의 마지막인 말라기 4장을 공부하면서, 구약 성경 예언서의 주제를 “남은 자의 신앙”이라고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활동하던 시대는 이스라엘이 역사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습니다. 정치와 경제가 불안하고,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떠나서 우상숭배를 일삼았습니다. 성전에서 일하는 제사장들도 그 지위가 세습된다는 안정감에 구태의연하게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왕들도 역사의 흐름 속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급기야 주전 6세기에는 남북으로 갈렸던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무너집니다. 이것을 두고 성경에서는 이스라엘에 임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예언자들을 세우셔서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셨습니다. 예언자들은 신앙은 물론 당시 사회적으로 타락한 도덕과 신앙양심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백성들의 귀에 거슬리는 말씀도 거침없이 선포했습니다. 심판을 선포하지만 그 안에는‘헤세드’라고 불리는 하나님의 변치 않는 사랑이 들어 있었습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백성을 구원해 주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때 끝까지 신앙을 지킨 남은자들이 늘 구원의 기쁨에 참여하게 됩니다.
요즘 세대는 구약의 예언자들이 활동하던 시대처럼 영적으로 많이 타락해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도 거룩함(구별됨)을 상실한 채, 세상에 섞여 살아갑니다. 구약 시대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을 숭배하고 혼합주의 신앙을 갖고 있었듯이, 요즘 그리스도인들도 세상의 재물, 명예, 권력, 쾌락을 하나님과 겸해서 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 지난 2년 동안 함께 살펴본 소예언서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순전하고 바른 믿음을 갖기를 교훈합니다. 무엇보다 신앙과 삶이 하나님과 이웃들 앞에서 거룩하라고 가르쳐줍니다. 우리 교회와 신앙 속에 예언자들의 말씀이 지속적으로 살아서 역사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앞으로 10주 동안은 신약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를 한 가지씩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예언자들을 통해서 전해지는 하나님의 딱딱한 말씀을 들었다면, 예수님의 비유 속에 깃든 보화와 같은 말씀을 나누기 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하늘나라의 비밀이나 꼭 필요한 신앙의 진리를 비유를 통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신학자는 예수님의 비유에 예수님의 실제 목소리가 들어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우리들에게 익숙해서 말씀을 묵상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남은 올 한 해 동안 예수님의 비유를 통해서 우리들의 신앙이 한창 성숙되기를 기대합니다. 수요예배에서 뵙겠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