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든지 덥든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들 가운데 마지막 교회인 라오디게아 교회에 대한 말씀을 두 주에 걸쳐서 전하려고 합니다. 라오디게아라는 도시는 알렉산더 대왕 이후에 셀류시드라는 왕조가 소아시아를 다스렸는데 그때 왕이었던 셀류시드 2세가 라오디세라는 부인의 이름을 따서 지은 도시였습니다.

라오디게아는 당시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였습니다. 또한 안약을 비롯한 의학도 발달해서 지금으로 말하면 의과대학 같은 학교가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도시가 부유하다보니 라오디게아 교회에 모여든 성도들도 세상의 부유함을 누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처럼 라오디게아 교회는 세상에서 자랑할 것이 많은 소위 ‘난사람‘들로 이루어진 교회였습니다. 본문 17절에서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라오디게아 교회의 성도들의 수준과 모습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는 라오디게아 교회였지만 이들의 믿음은 말 그대로 형편없었습니다. 자칭 부자라고 할 만큼 풍족한 생활을 했지만 이들의 영적 상태는 벌거벗은 모습이었습니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가난하다 못해서 가련해 보였고 영적인 눈이 가리어져 있었습니다. 겉만 화려한 신앙입니다. 또한 세상적으로 풍족하고 어려움이 없다보니 믿음이 식었습니다. 차지도 더웁지도 않은 미지근한 신앙입니다. 간혹 본문의 찬 것과 더운 것에 초점을 맞춰서 말씀을 이해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본문의 핵심은 찬 것과 더운 것에 있지 않고“미지근함”에 있습니다. 차지도 덥지도 않은 미지근한 신앙을 예수님께서 꾸짖으신 것입니다. 세상의 물질과 명예가 교회에 흘러 들어와서 교인들의 신앙을 미지근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라오디게아는 물 공급이 어려웠습니다. 약 6마일 떨어진 히에라폴리스라는 도시에서 뜨거운 온천수를 갖고 왔지만 라오디게아에 도착하면 미지근한 물로 변했습니다. 또한 동쪽으로 11마일 떨어진 골로새에서 차가운 물을 갖고 왔는데 차가운 물 역시 라오디게아에 도착하면 미지근해졌습니다. 물이 미지근하면 먹기 힘듭니다. 물로서 가치가 떨어집니다. 예수님께서도 라오디게아 교회의 믿음을 미지근한 물에 비유하시면서 “내 입에서 너를 토해 내치리라”(16절)고 강력히 경고하십니다. 입에서 토해 내서 내친다는 말씀은 보통 무서운 말씀이 아니지요!

라오디게아 교회에 대한 말씀은 풍족함을 누리는 미국이나 한국에 있는 교회들과 성도들에게 주시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불경기라고 하지만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생활을 합니다. 세상의 물결이 교회에 흘러 들어와서 교회 안에 물질주의, 세상의 명예, 개인의 욕심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성공하고 난 사람들이 그들의 신앙과 상관없이 교회에서 큰 소리를 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차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미지근한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에 꽤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라오디게아 교회에 주신 예수님의 명령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미지근한 신앙을 청산해야 합니다. 신앙은 결단입니다. 미지근한 신앙으로 우물쭈물하는 것보다 확실한 신앙으로 무장하고 열심을 내야 합니다. 세상 것을 자랑하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예수님의 이름만을 자랑해야 합니다. 올 한 해 세상의 가치들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기뻐하고 그 능력을 누리시길 간절히 바랍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