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휴대전화 외판원이었던 폴포츠라는 사람이 영국의 한 TV 장기자랑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계기되어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됩니다. 그로부터 2년 후, 같은 프로그램에 수잔보일이라는 마흔일곱 살 먹은 아주머니가 나와서 또 한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녀는 가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 두 살 때부터 노래연습을 했답니다. 그녀는 누가 보아도 중년이 넘어 보이는 모습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그리고 “나는 꿈을 꿉니다 (I dream a dream)”는 제목의 노래를 불러서 청중들을 깜짝 놀래킵니다.
지난 6월 위의 두 사람을 무색하게 만드는 인물이 한국에 등장했습니다. 영국 TV와 비슷한 아마추어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최성봉이라는 스물 두 살의 청년이 나온 것입니다. 특기가 별로 없을 것 같은 평범한 청년이 무대에 섰습니다. 유명 탤런트 출신의 심사위원이 신청서류에 가족사항이 없는 것을 두고 질문합니다. 청년은 부모의 이혼으로 세 살 때 고아원에 맡겨졌고 다섯 살 때는 구타가 싫어서 고아원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대답합니다. 그로부터 10여 년 동안 껌을 팔면서 거리의 아이로 살았답니다.그러다가 시장에서 떡볶이를 파는 한 아주머니의 조언을 따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검정고시로 합격 합니다. 나이트 클럽에서 가곡을 불렀던 성악가의 도움으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성악가의 꿈을 키워오다가 TV 프로그램에 나온 것입니다 (한국일보 본국지 7월 23일 기사참조). 힘겨운 인생길을 걸어온 그 청년이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나의 환상 속으로 (넬라 판타지)”를 노래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지면서 심사위원들은 물론 청중들도 깜짝 놀랍니다. 영국에서 폴포츠와 수잔보일이 노래할 때 청중들의 놀라는 모습과 똑같습니다. 심사위원들의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청년은 약간의 감정 변화가 있을 뿐 끝까지 담담함을 읽지 않습니다. 그 동안 하도 눈물을 많이 흘려서 눈물샘이 마른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 만큼 꽃다운 청년의 인생길이 험악했다는 표시였겠지요. 유트브로 최성봉이라는 청년이 노래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었습니다. 위에 소개한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장기인 노래를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했고 청중들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평생에 꿈꾸던 무대에 섰고 그들의 인생은 단숨에 역전을 경험하게 됩니다. 최성봉 청년의 이야기는 소셜 네트워크인 유트브의 힘을 타고 전세계로 퍼져서 미국의 CNN에서 그를 취재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골프로 치면 거리에서 껌을 팔던 한 청년이 단번에 인생의 홀인원을 기록한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침에 눈을 뜨니 유명해졌다는 시인 바이런의 말처럼 기적 같은 인생의 홀인원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우리들은 모두 인생의 홀인원을 꿈꾸면서 살아가는 지도 모릅니다.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연히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휴대전화를 파는 외판원으로 또한 마흔일곱의 펑퍼짐한 몸매를 하고도 가수의 꿈을 놓지 않았던 폴포츠와 수잔보일, 나이트클럽에서 껌과 박카스를 팔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아름답게 갈고 닦은 최성봉 – 이들은 음지에서 눈물로 연습했을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가꾸었을 것입니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에게 찾아온 한 번의 기회에서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이들만큼 노래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삶과 노래가 하나가 되어서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감동을 준 것입니다. 인생의 홀인원이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이들을 통해서 배웁니다. 솔직히 한번에 우연히 찾아온 홀인원이라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끊임없이 연습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 곧 인생의 홀인원입니다. 물론 우리네 같은 범인들은 홀인원을 꿈꿀 여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 같이 주어진 삶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때 우리네 인생도 홀인원만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TV에 나올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매일 매일의 삶이 노래가 되고 그것이 자신과 이웃의 마음 속에 판타지가 되어 울려 퍼진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인생의 홀인원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11년 7월 29일 SF 한국일보 종교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