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

살아가면서 누리는 여러 가지 기쁨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배움의 기쁨입니다. 그래서인지 공자는 논어의 학이(學而)편 첫 구절에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즉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여기서 때때로라고 번역한 한자어 시(時)는 가끔 또는 시간이 날 때만 배우는 것이 아니랍니다. 이어지는 습(習)과 더불어 ‘반복하여 학습하며 익힌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따금씩 생각날 때마다 배우고 익힌다면 배움에 결실을 맺기 어렵습니다. 꾸준하게 배우고,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해 나갈 때 배움의 기쁨과 열매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제가 목회를 하면서 가장 기쁘고 보람된 것은 목사는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이라는데 있습니다. 저는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가운데서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을 즐깁니다. 또한 목회를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떤 때는 말 그대로 멘토로 삼고 싶을 정도의 배움이 있고, 때로는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제 삶을 돌아보게 하는 배움도 있습니다. 배운 것을 성도들이나 젊은이들과 나누면서 목회의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목사이니 하나님 말씀을 한 구절씩 풀어서 설명해 나가고 말씀의 깊은 뜻을 함께 나누는 가르침의 기쁨이 있습니다. 이처럼 제가 생각하는 목사의 모습은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중에 지난 두 달 동안 매우 흥미로운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목회하는 교회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컴퓨터 강좌를 열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컴퓨터 강사라는 직함을 갖고 열명 남짓 되는 어르신들께 컴퓨터 교육을 시켜 들였습니다. 60세는 기본이고 70이 넘으신 어르신들입니다. 강좌가 있다는 광고를 보시고 자원하셨습니다. 거금을(?) 들여서 노트북을 구입하셨습니다. 교회 친교실에 앉아서 컴퓨터 강좌를 기다리시던 어르신들의 첫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처음 하는 컴퓨터 강좌였기에 책임감이 막중했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판설명, 인터넷 사용법과 폴더를 만들어서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까지 차근차근 소개하면서 가르쳐드렸습니다. 수요일 오후에는 제가 강의하고, 주일 오후에는 교회 청년들이 일대일로 과외하는 식의 공부가 두 달 남짓 진행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배움의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반복해서 익히시고 집에서 복습하시고 주일날에는 청년들에게 일일이 질문하시면서 배움의 기쁨을 누리셨습니다. 성경말씀을 컴퓨터에 타이핑해오는 숙제를 드렸는데 저장을 잘못하셔 숙제 해놓으신 것들이 없어졌을 때의 한숨은 땅이 꺼질 것만 같았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시면서 기뻐하시던 모습도 잊을 수 없습니다.

배움에는 기쁨이 동반됩니다. 새로운 것을 깨닫고,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는 희열입니다. 또한 배움은 우리 몸과 마음에 엔도르핀이 돌게 합니다. 물론 배운 것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만 반복해서 익히면 됩니다. 배우려는 열심은 백발이 된 노년의 나이도 막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배움을 통해서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움의 길을 걷는 사람은 늘 행복합니다. 열린 마음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기에 여유와 넉넉함을 잃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새로운 것을 접하고 익히는 가운데 배움의 기쁨을 누리기 원합니다. (2012년 6월  29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