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열렸던 2012 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나갑니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마음은 조국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듯이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을 응원하면서 보름 남짓을 보냈습니다. 금메달을 13개나 따서 금메달 순위로 전체 5위의 성적을 거뒀으니 조그만 나라에서 대단한 일을 한 것입니다. 또한 선수들의 눈물겨운 투혼이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기에 오랫동안 우리들 마음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귀감이 되는 일화들이 전파를 탑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일본 선수단에는 일흔이 넘은 승마대표 선수가 있었습니다. 금메달 후보였던 한 중국 선수는 허들에 걸려서 다리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일어나서 결승점까지 들어오는 투혼을 보였습니다. 남아공 육상팀에는 두 다리 모두 의족을 한 선수가 릴레이에 참가했습니다. 두 다리가 없는 선수가 의족을 한 채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의지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금메달을 따서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고 싶었다는 체조선수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xml:namespace prefix = st1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건 묘기를 성공해서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선물과 상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심지어 집까지 기부하겠다는 기업이 생겼습니다. 본인은 물론 그동안 고생하셨던 부모님도 꿈인지 생시인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에 공중에서 세바퀴를 도는 묘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겠습니까? 양선수가 흘린 땀에 비하면 그가 받은 보상이 결코 커 보이지 않습니다.
비록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선수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세월은 이길 수 없었습니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는 자신의 신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데도 그만 넘지 못하고 중간에 걸려서 넘어졌습니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의 여유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역도 선수 장미란은 4년 전만 해도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여자 역도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이번에 새로 등장한 러시아와 중국 선수들에게 밀려서 그만 메달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마지막 역기를 들다가 실패한 후에 역기를 매만진 후에 기도하던 모습은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인간사가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고, 치고올라오는 새로운 세대에 자리를 물려줘야 할 순간이 있음을 몸소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한 유도선수는 운동선수로서는 환갑이 넘었을 서른 다섯의 나이에 생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습니다. 16강 전에서 경기를 하다가 이마가 찢어 졌습니다. 피가 멈추지 않고 흘렀지만 붕대로 감고 경기에 임해서 승리를 거둡니다. 8강전에서는 손톱이 부러졌습니다. 불운의 연속이었습니다. 결국3-4위전에 패해서 메달을 얻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습니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밝게 인터뷰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목표로 했던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의 여유로운 모습이 메달 리스트 이상으로 귀감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는 인생을 사는 것은 값진 일입니다. 그렇다고 꼭 금메달을 따고 일등을 해야만 귀감이 되는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은 하나님의 자리를 버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낮고 낮은 자리에 오셨고 급기야 죄인들이 달리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을 주님(LORD)이라고 고백합니다. 모든 무릎을 그에게 꿇게 하실 것이라고 성경은 선포합니다(빌2:10).
우리 같은 범인들이 귀감이 되는 인생을 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할 때 누군가에게 귀감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예수님을 닮고 따르면 귀감이 되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라는 귀감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우리들의 생각과 삶이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는 근사한 인생을 살아내기 원합니다. (SF한국일보 종교칼럼2012년 8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