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종

구약성경의 이사야서는 메시야로 오실 예수님에 대한 예언이 기록된 책입니다. 특별히 네 개의 종의 노래들(songs of servant)은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모습과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이사야 7장 14절에서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라”는 말씀은 동정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할 것을 예언한 말씀으로 신약성경(마1:23)은 물론 기독교에서 전통적으로 믿어 왔습니다.

이사야서에 나타난 메시야 예언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말씀이 53장입니다. 다른 종의 노래들과 달리 이사야 53장은 전체가 메시야에 대한 예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의 모습을 매우 실제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예수님께서 탄생하기 700여 년 전에 예언된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우 정확한 기록입니다. 예언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사야 53장을 자세히 읽고 깊이 묵상할 때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들의 모습까지 자화상처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위로를 얻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 지 공감하고 힘을 얻습니다. 죄와 허물로 인해서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이 새롭게 회복됨을 체험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계절인 대강절에 이사야 53장을 함께 읽고 묵상하면서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올 해의 남은 한 달 동안 우리 교회 전체가 이사야 53장을 함께 읽고 깊이 묵상하기 원합니다. 주일 설교를 듣는 것에 그치지 마시고 평소에도 종의 노래인 이사야 53장을 틈틈이 소리 내서 읽으시고, 마음 깊이 새기시고, 각자의 삶에 대입해서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과 손길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사야 53장 1-3절을 살펴봅니다. 본문 속에 이스라엘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국가는 힘이 없습니다. 열강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언약백성인 이스라엘에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사라졌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하나님의 능력이 그 팔로 임해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영적 무감각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실 때의 상황과 너무 흡사합니다. 이스라엘은 이미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고 종교는 위선적인 지도자들로 인해서 오염되었고 백성들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지만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은 목수였습니다. 나사렛에서 자라셨는데 그곳은 메시야가 태어날 동네라고 누구도 믿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은 연한 가지 같았고 뿌리가 드러낸 나무처럼 별로 근사하지도 않으셨습니다. 풍채도 그리 훌륭하지 못하셨음은 예수님의 외모를 언급하는 말씀이 없는 것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의 모습, 말 그대로 하나님께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셔서 세상에 오셨습니다.

메시야는 무엇인가 다르고 왕처럼 외모부터 특별해야 한다고 믿었던 백성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셔도, 하나님의 능력을 기적을 통해서 베풀어도 예수님을 멸시했고 조롱했습니다. 예수님은 그 모든 질고와 고난을 온 몸으로 느끼시며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아름다움이나 존귀함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죄인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죄를 대신 지신 예수님이시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예수님은 이렇게 무시당하셨고 철저하게 버림받으셨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세상에서 무시당하고 버림받는 우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십니다. 예수님의 마음과 사랑이 이렇게 우리에게 임했습니다. 그 사랑에 한 목소리로 그리고 한 마음으로 감사하기 원합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