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 바디매오 2

여리고 소경 거지, 디메오의 아들 바디메오 –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마가복음 본문 속의 주인공입니다. 자신의 이름도 잃어버린 채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길가에서 구걸을 하며 살아가는 저주받은 인생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기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없습니다. 일어서서 마음대로 걸어갈 수 없는 주저앉아 있는 인생입니다. 길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타인 의존적 인생이기에 더욱 불쌍합니다.

바디메오가 앉아 있는 곳에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모여든 군중들이 다가옵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신 예수님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가 커다란 기대를 갖고 예수님과 더불어 예루살렘을 향해서 올라가는 군중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따르는 성공지향적인 발걸음들입니다. 제자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가족과 생업을 버리고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기적들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는 권위가 있었습니다. 군대처럼 많은 귀신들도 예수님 앞에서 벌벌 떨었습니다. 그 예수님께서 지금 예루살렘을 향해서 올라가고 계십니다. 오죽했으면 요한과 야고보 형제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오른편과 왼편에 앉게 해달라고 부탁했을까요.

소경 바디메오는 예수님께서 여리고에 오시는 길목에서 두 명의 소경을 고쳐주셨다는 소문을 들었을 것

입니다. 여리고 세무서장 삭개오도 예수님께서 찾아 주셨고 그에게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는 복을 선포하셨다는 소식도 들었을 것입니다. 앞은 볼 수 없지만 귀는 밝습니다. 게다가 귀동냥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길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소경 바디메오가 “나사렛 예수”가 오신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에게 예수님이 다가오고 계신 것입니다. 눈을 뜰 수 있는 행운이 자신에게도 찾아 온 것입니다.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그 만큼 절박했을 것입니다.

바디메오는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은 예수님이 메시야임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윗의 자손 가운데 메시야가 태어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나사렛 출신 예수가 곧 메시야라는 말이 “다윗의 자손 예수”라는 고백입니다. 바디메오가 일자무식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막무가내로 달려 나가는 몰상식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누구신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바디메오는 괜찮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가 중간에 시력을 잃은 것 같습니다. 디메오의 아들로 불린 것을 보면 아버지 디메오가 지명도가 있는 인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꾸짖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예수님을 정확히 메시야라고 부르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현재 모습만 보고 저주하고 꾸짖습니다. 거지, 소경 주제에 감히 어디를 나서냐는 것입니다. 바디메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재차 부르짖습니다.:”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불쌍히 여겨달라는 외침은 하나님 앞에서 피조물인 인간이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기도입니다.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은혜를 사모하는 외침이기 때문입니다.

바디메오는 주위의 면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님을 불렀습니다. 그의 마음은 오직 예수님을 향했습니다. 예수님의 은혜를 간절히 구했습니다. 우리들도 예수님의 은혜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한 주간 주님을 향해서 부르짖는 삶을 살기 원합니다.:“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키리에 엘레이손)”-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