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버지 아브라함의 얼굴이 많이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종들에게 여행을 준비하랍니다. 어머니 사라와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데 어머니 얼굴이 갑자기 깜깜해 집니다.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러 갈 때는 어머니께서 환하게 웃으면서 이것저것 챙겨주셨는데 이번에는 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십니다. 뭔가 이상했지만, 저는 기분 좋게 아버지를 따라 나섰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피어올랐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가는 여행이기에 기분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예배하러 가는 길입니다. 기쁠 수밖에요.
그런데 아버지 표정이 그리 밟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하나님을 예배하러 갈 때와 다릅니다. 중간에 종들을 놓아두고, 아버지와 저만 가는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말없이 걸으십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까 제물로 드릴 양이 없습니다. 말없이 한참을 걷다가 용기를 내서 물었습니다.“아버지 제물은 어디에 있어요?”“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셨지.”아버지께서 짤막하게 대답하십니다. 저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말씀을 믿었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드디어 제사를 드릴 산에 도착했습니다. 아버지를 도와서 제단을 만드는데 오늘따라 아버지의 손놀림이 이상하리만큼 느립니다. 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십니다. 제단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양을 올려놓을 차례입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저를 부르십니다.“내 아들 이삭아! 내 나이 100살에 하나님께서 너를 갖게 하셨다. 그리고 나는 너와 더불어 아주 행복한 시간을 가졌어. 그런데 이제 하나님께서 네가 필요하신가보다. 너를 제물로 바치라고 하신다. 하나님께서 너를 나에게 주셨으니 나는 다시 하나님께 너를 돌려 드릴 수밖에 없단다. 아들아! 미안하다.”
저는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아버지, 저를 제물로 드리세요. 저도 아버지와 그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니 하나님께 제물로 드려지는 것이 영광입니다. 얼른 저를 묶으십시오.” 아버지가 저를 묶는 것을 도와드렸습니다. 그리고 제단위에 누웠습니다. 눈을 꼭 감았습니다. 차마 아버지와 눈길을 마주칠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아버지가 들고 있는 칼이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아버지 아브라함을 급하게 찾으십니다. 멈추랍니다. 하나님께서 아버지의 믿음을 시험하신 것입니다. 눈을 떠보니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아버지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서 저를 내려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때 가까운 풀숲에서 양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창세기 22장 본문을 이삭의 입장에서 각색해 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명령에 순종한 이삭은 신약성경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신 예수님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결박당한 채 제단에 제물로 올리어진 이삭의 모습은 손과 발이 묶인 채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인생 속에 일어나지만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나가는 우리들의 모습도 이삭에게 있습니다. 믿음은 순종입니다. 그때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어린양을 예비해 주신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좇는 참빛교회 식구들 되시길 바랍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