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 해도 이제 한 달 반 정도 남았습니다.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맞설 방법은 없습니다. 만약에 시간을 막아보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푸념하기보다 올 해 초 송구영신 예배에서 말씀드린 대로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흘러가는 시간 “크로노스”가 아니라 가치와 추억이 가득 담긴 시간“카이로스”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시간 앞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봅니다. 시간의 끝이 죽음이기에 더욱 절망스럽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발버둥을 칩니다.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럽습니다. 어떤 경우는 끝이 있음을 망각한 채 천년만년 살 것처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합니다. 이 모든 것이 구약 전도서 기자의 고백처럼 부질없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피조물인 인간의 한계와 하나님의 크심을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4주 동안“우리의 가난함, 주님의 부요하심”이라는 주제로 하나님 말씀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연속 설교의 제목을“가난한 마음을 주옵소서”라고 정했었는데 연말에 너무 우리 자신을 낮추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에 우리들은 미천하고 가난하지만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부요하시다는 제목으로 바꿨습니다.
하나님은 가난한 백성들을 특별히 사랑하십니다. 실제로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거할 집이 없는 가난한 백성들을 친히 입히시겠다고 성경 곳곳에서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들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여 다니면서 양을 치던 유목민들이었습니다. 하나님만을 의지할 것 같은 가난한 민족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마태복음 5장의 산상수훈도 심령이 가난한 자에게 하늘나라를 약속하신 축복으로 시작합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몸과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사랑하셔서 하늘나라를 기업으로 주시고 부요하심을 더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오늘 우리가 살펴볼 겸손입니다. 겸손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비우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그리고 능력을 자신 안에 가득 채우려는 마음이자 태도입니다. 오늘 본문인 역대하 7장 14절에서도 하나님의 백성들은 악한 길에서 떠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낮추는 겸손이 있어야 한다고 교훈합니다. 성경에 보면 주님의 백성들이 스스로 낮출 때 하나님께서 벌을 내리시려고 작정을 하신 것을 거두셨습니다(왕상 21:29).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옷을 찢으며 회개하면서 주님 앞에 나올 때 하나님께서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왕하22:19). 사자 굴에서 살아났던 다니엘은 겸손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겸손하게 살기로 결심한 첫 날부터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셨고 그의 간구를 들어 주셨습니다(단10:12). 오늘 본문에서도 주의 백성이 스스로 낮추고 주님이 계신 성전에 나와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땅을 고쳐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처럼 스스로 낮추는 겸손은 하나님의 부요하심을 경험하는 최고의 비결입니다.
우리들은 때때로 지나치게 교만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자아가 살아나고 경험을 앞세웁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지금도 스스로 낮추는 자들을 찾으십니다. 그들의 간구를 들어주시고 그들에게 주님의 은혜와 능력을 부어주셔서 주님의 이름이 드높여지길 원하십니다. 주님 앞에 겸손히 나가는 주님의 자녀가 되길 원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