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말의 해입니다. 새해 첫 달을 보내면서 올 한 해를 말처럼 힘차게 달려가자는 덕담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목표가 정확해야 합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새해계획을 세우면서 제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과연 어떤 목표를 향해서 50여년을 달려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서 달려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누님들을 따라서 교회에 나갔습니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열심히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에 가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실제적인 회심을 경험했습니다. 그 이후로 20대와 30대는 제가 만난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제자훈련’을 강조했습니다. 예수님을 닮고 따르는 제자가 되기 위해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훈련을 통해서 진짜 그리스도인들(Radical Christians)을 많이 세워보고 싶었던 패기 넘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어디를 가나 제자훈련을 강조했고 저 역시 더욱더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 위해서 다니던 직장을 접고 30대 중반에 목회의 길로 들어왔습니다. 하나님의 역사가 제 삶 속에 불꽃처럼 강하게 임하던 시절입니다.
40대에 접어 들면서 ‘거룩함’을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기독교가 세상에서 손가락질 당하고 때때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거룩함을 회복하지 않고는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룩함은 단지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라는 야고보서의 말씀을 마음에 품고 가는 곳마다 거룩함을 역설했습니다. 제 스스로도 거룩함의 길을 가기 위해서 말씀과 기도에 힘을 쓰면서 보냈습니다. 거룩함의 길을 가면서 성령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많이 체험했습니다.
50대 중반을 향해서 가고 있는 요즘, 저는 ‘선함과 아름다움’을 많이 생각합니다. 구약성경 창세기 1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자신이 창조하신 세상을 바라보면서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감탄하신 것을 전합니다. 여기서 “보시기에 좋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선하다는 뜻입니다. 이를 두고 어거스틴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악이 배제된 선한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악의 실체는 선함이 결핍되었을 때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하나님께서는 선한 세상을 마음 속에 그리면서 인간을 비롯한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2천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도 악한 세력을 물리치시고 선한 세상을 회복시켜주신 거대한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선한 삶을 사는 것이 마땅합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고, 하나님의 선함을 세상에 드러낼 때 그리스도인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입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에는 아름답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실제로 우리를 둘러쌓고 있는 자연만물을 보면 참 아름답습니다. 하늘의 별들도, 길가의 꽃들도, 갓 태어난 아기의 배냇짓 속에도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선함이 내적인 모습이라면 아름다움은 선함이 밖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선함이 씨앗이라면 아름다움은 꽃이고 열매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던 본래 모습으로의 회복입니다. 선함과 아름다움에는 제자훈련은 물론 거룩함까지 모두 들어있습니다.
50대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면서 인생을 선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것입니다. 인생길을 걸을 수록 제 안에 선함이 없음을 실감하기에 더욱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날마다 회개의 자리에 나가서 마음과 삶이 정결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거울을 보면 예전의 동안(童顔)이 사라져갑니다. 머리 숱도 적어집니다. 사진을 찍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외모로 변해가지만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인생을 소망합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하나님께서 제 안에 새겨주신 선함과 아름다움을 누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밖으로 드러날 수 있다면 더 없는 기쁨이요 감사입니다.
2014년 한 해도 훌쩍 지나갈 것입니다. 시간 가는 것을 세면서 달력만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점점 허전해 집니다. 지금 이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선함과 아름다움을 향해서 나가기 원합니다.(2014년 1월 23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