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생명의 양식이라고 부릅니다. 생명의 양식이라는 말 속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첫째는 생명입니다. 실제로 요한복음 20장 30-31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한복음을 기록한 목적은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고 또한 그를 믿음으로 그의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 제가 성경공부 시간에 생명에 괄호를 치고 그 안에 들어갈 단어를 맞춰보길 부탁드리면 대개‘구원’또는‘영생’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의미로 보면 틀린 답이 아니지만 요한복음에서는“생명(life)”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생명의 양식에서“양식”은 말 그대로 먹을거리입니다. 목숨을 부지하는데 필요한 음식입니다. 성경을 생명의 양식이라고 했을 때 성경이 영적인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씀을 먹는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하나님 말씀인 성경은 자세히 읽어야 합니다. 연애편지 읽는 것처럼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상상력을 동원하고 행간에 깃든 의미까지 찾아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메시지를 포착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성경을 먹어야 합니다. 성경말씀을 생명의 양식으로 삼고 신앙과 삶 속에 내면화 시키는 것입니다.
시편기자도 하나님 말씀을“맛”에 비유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그것을 사모하는 자에게 송이꿀보다 더 달다고 고백합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하나님 말씀은 1) 영혼을 새롭게 살려내고, 2) 우둔함에 지혜를 더하고, 3) 마음을 기쁘게 하고, 4) 눈을 밝게 하고, 5)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합니다(시 19:7-10). 이것은 단순히 이론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말씀을 사모하고, 말씀을 듣고 그대로 행한 하나님의 사람이 체험을 토대로 고백한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맛보고 그 말씀을 생명의 양식으로 삼는데 꼭 필요한 것이 말씀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렉치오 디비나(거룩한 독서)라는 성경읽기와 묵상방법을 만들어서 실천했습니다. 렉치오 디비나는 네 가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듯이 하나님 말씀을 차근차근 꼼꼼히 읽는“읽기(렉치오)”입니다. 두 번째로 읽은 말씀을 마음으로 곱씹는 묵상 (메디타티오)입니다. 묵상은 말씀을 마음속 깊이 새기는 작업입니다. 세 번째는 읽고 묵상한 말씀을 붙들고 입술로 기도하는 것입니다(오라티오).말씀이 살아서 역사하길 기도하는 것입니다. 말씀을 갖고 자신은 물론 이웃과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말씀을 받았으니 이제는 기도를 통해서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말씀 안에서 쉼을 얻는 안식입니다 (콘템플라티오). 안식은 말씀에 자신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 동안 자신이 말씀을 읽었다면 이제부터는 말씀이 자신을 읽도록 말씀 앞에 자신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집착이나 이기심을 내려놓고 말씀 앞에서 온전히 평온함을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매일같이 위의 네 가지 단계를 모두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 말씀을 자세히 읽고, 마음에 깊이 다가온 말씀을 꼭 붙잡고 기도하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말씀이신 하나님을 우리 안에 모시는 일입니다. 그때 살았고 힘이 있는 하나님 말씀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말씀의 은혜와 능력이 우리 교회와 모든 성도들 위에 임하길 간절히 바랍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