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손길 (2) :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작년 말에는 디즈니사의 “겨울왕국(Frozen)”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얻었습니다. 영화 속의 한 등장인물에게는 신기한 마법이 있어서 모든 것을 얼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훗날 그녀가 여왕이 되면서 모든 나라가 겨울왕국으로 변했습니다. 공주의 동생이 언니도 살리고 잃어버린 여름을 되찾기 위해서 모험을 떠나는 것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마이더스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도 있습니다. 마이더스라는 사람은 재물에 대한 욕심이 무척 많았습니다. 디오니소스라는 신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자 그는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활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든지 만지는 순간 황금으로 변하고 마니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음식을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손길이 닿으면 과일이며 빵이며 전부 황금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재물에 대한 욕심이 초래한 비극이지요.

이에 비하면 우리가 지난주부터 살펴보는 예수님의 손길은 겨울왕국이나 마이더스의 손과 정반대입니다. 우선, 예수님의 손길이 닿는 곳에는 얼음으로 변하거나 황금으로 변하는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손길은 따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만지시면 생명의 기운이 회복되었습니다. 나병이 깨끗이 사라졌고, 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던 소경이 눈을 뜨고, 듣지 못하고 말을 못하던 사람의 귀와 입이 열렸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손길은 치유와 회복의 손길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자신의 욕심이나 명예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셨습니다. 죄인들을 위해서 오셨고, 약한 자들에게 건강을 회복시켜 주셨고, 심지어 죽은 자도 살리셨지만 예수님 자신에게 이익이 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철저한 내어주심, 희생의 삶을 사셨습니다. 급기야 십자가위에서 자신의 생명을 주심으로 우리들과 하나님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악한 세력을 이기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의 손길은 희생과 사랑 그리고 승리의 손길입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아니 예수님께서 날마다 우리를 만져주시길 사모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 속에 나타난 예수님의 손길 역시 매우 이례적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하루 전날의 상황입니다. 가룟유다가 예수님을 팔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수님은 아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하던 자리에서 갑자기 웃옷을 벗으시고 대야에 물을 떠가지고 오셔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십니다. 스승이자 주님(Lord)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3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의 발을 정성껏 씻겨 주시는 예수님의 손길이 감동적입니다.

땅을 밟고 다니고 어쩌면 가장 더러운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의 손길을 생각하니 은혜가 밀려옵니다. 예수님 앞에 우리의 더러운 발을 내어드리고 싶어집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의 손길이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우리들도 날마다 깨끗해져야 할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발까지 깨끗하게 씻겨주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경험하고 우리들도 예수님 말씀대로 이웃을 섬길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