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1.
엊그제 아내와 함께 집 근처 호숫가를 산책하다가
다람쥐 한 마리가 커다란 솔방울을
두 발로 잡고는 끙끙 매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갖고 있는 것은 흔한 광경이지만
자기 머리보다 훨씬 큰 솔방울을 잡고 있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다람쥐에게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웬만한 다람쥐는
사람이 다가오면 줄행랑을 칩니다.
그런데 이 다람쥐는
30센티(1ft)까지 가도록
솔방울을 꼭 잡고는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있습니다.
제가 마음이 좋은 사람이었기 망정이지
행여나 다람쥐를 잡아먹으려는 짐승이나
다람쥐 사냥꾼이었다면 꼼짝없이 잡혔을 것입니다.
2.
커다란 솔방울을 꼭 잡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다람쥐를 보면서
“집착”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다람쥐는 솔방울이
커다란 도토리라고 생각해서
꼭 잡고 있었을 테지만
결국에는 실속 없는 솔방울인걸요!
우리들도 살아가면서
별로 소용이 없는 것에 집착할 때가 있습니다.
위험에 처하는 줄도 모른 채
손에 든 것을 꼭 쥐고 놓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손을 펴고 살 길을 찾으면
훨씬 자유롭고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데
그만 손에 쥐고 있는 것에 집착하다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입니다.
정호승이라는 시인은
그의 수필집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손을 펴면 손바닥이 되고, 쥐면 주먹이 됩니다. 손바닥은 햇살을 받을 수도 있고, 물건을 올려 놓거나 쥘 수도 있고, 그것을 남과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먹은 그렇지 못합니다. 주먹은 홀로 주먹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115>
3.
누구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늘 손을 펴고,
하나님을 향해서 손을 들고 기도하며 살아야 합니다.
손을 꼭 쥐고 집착하면
하나님께서 우리들 손에 얹어주실 축복을 받을 수 없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 수도 없습니다.
어깨가 축 쳐진 가족들의 등을 어루만져 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구약의 시편기자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습니다.
주를 향하여 손을 펴고, 내 영혼이 마른 땅 같이 주를 사모하나이다 (시 143:6)
I stretch out my hands to you; my soul thirsts for you like a parched land. (Psa 143:6 ESV)
어울리지도 않는 솔방울을 움켜쥐고 있다면
얼른 내려놓기 원합니다.
주님을 향해서 손을 펴고
주님을 간절히 사모하면서 살아가기 원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들 손에 채워주시는
은혜와 사랑 그리고 지혜와 용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주님을 향해서 손을 활짝 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4.5.15 이–메일 목회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