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는 처음부터 예수님의 수제자가 될 성품이나 자격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성급하고 때로는 혈기가 앞섰고 세심하게 준비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가 되었고, 무엇보다 초대교회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부족은 부족한 대로, 그의 장점은 장점대로 살려주시면서 복음을 전하는 증인으로 빚어 가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어찌 보면 교만입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독재자들이 백성들을 조종하려는 일종의 계략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완벽을 요구하시지 않고 각자 갖고 있는 은사와 재능대로 사용하십니다. 성격이 급하면 급한 대로 적합하게 쓰시고, 침착한 사람은 성품 그대로 주님의 일에 쓰십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베드로가 급한 성격으로 쓰임 받았다면, 요한은 침착한 성품으로 90넘게 살면서 요한 계시록까지 기록하는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각자의 성품대로 빚어 가시고 주님의 나라를 위해서 사용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누가복음 5장에 다시 등장합니다. 베드로가 동료 어부들과 함께 밤새도록 고기를 잡았지만 그날따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해변가에서 그물을 씻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많은 무리들이 모여 있었고 예수님은 베드로의 배에 올라가서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베드로도 그물을 씻으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을 것입니다. 말씀을 모두 전하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다가오셨습니다. 그리고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갈릴리 호숫가에서 잔뼈가 굵은 베드로에게 나사렛 목수 출신인 예수님께서 훈수를 두신 격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깊은 곳으로 가서 고기를 잡으라고 하신 것은 밤새도록 그물을 드리웠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실패의 현장으로 들어가서 다시 시작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깊은 곳으로 배를 몰고 가서 그물을 던집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가라앉을 만큼 고기가 많이 잡힌 것입니다. 베드로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만선이 된 배를 뭍으로 끌고 옵니다. 베드로가 얼마나 좋았을까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랐더니 고기를 아주 많이 잡은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다음 베드로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그는 예수님 무릎 아래 엎드려서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8절)라고 고백합니다. 좋아하고 감사해야 할 베드로인데 난데없이 자신은 죄인이라고 고백합니다. 이것이 베드로의 장점이자 매력입니다.
베드로는 말씀을 듣고 그물을 내려서 고기가 많이 잡히는 순간 자신에게 말씀하신 분이 메시야 예수님이심을 알았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나니 자신이 작아집니다. 자신은 예수님 앞에서 낮고 낮은 죄인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사람낚는 어부로 부르십니다. 베드로는 모든 것을 남겨두고 예수님을 따라나섭니다. 예수님의 수제자가될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그를 따르는 제자들의 근사한 모습이 베드로에게 그대로 나타납니다. 시몬이 아니라 게바의 모습입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