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19편이 무려 176절에 달하는 성경에서 가장 긴 장이지만 한 구절 한 구절 마음을 열고 읽다보면 말씀의 은혜가 곳곳에 배어있음을 발견합니다. 지난주에 살펴본 33-40절에서는 주의 말씀을 세워주시길 간구했습니다. 탐욕이 밀려오고 헛된 세상 것들에 곁눈질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주님의 말씀가운데 새로운 생명을 주시길 간청했습니다. 사람들의 비방으로 두려움이 밀려오지만 하나님 말씀에 삶을 붙들어 매고 그 안에서 좋으신 하나님을 만나길 기도했습니다.”나를 살아나게 하소서“라는 시편 기자의 기도소리가 애절하게 들려왔습니다.
오늘은 이어지는 41-48절 말씀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42절에서 시편기자를 비방하는 사람들과 이유를 발견합니다. 시편기자의 상황이 쉽지 않은 것을 두고 세상 사람들이 그를 비방한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믿지만 세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에게 왜 그런 일이 닥치느냐?”고 비아냥거립니다. 자신의 처지가 좋지 않기에 떳떳하게 답변할 수 없으니 마음이 편치 않고 심하면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시편기자의 상황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람은 왕들 앞에서 주님의 말씀을 증거하는 직무를 갖고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직책을 갖고 있는데 어려움이 생기니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기가 더욱 쉽습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 모두 세상 속에서 종종 경험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것이 세상의 기준에 딱 맞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세상의 부귀영화가 따라오지 않습니다. 물론 하나님을 믿고 그 힘과 지혜로 세상에서 근사하게 사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하나님을 열심히 믿어도 세상에서는 힘겨운 고난의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때 주눅이 듭니다. 세상 사람들이 좋지 않은 말을 하면 마음이 상합니다. 이런 어려움이 계속되면 혹시나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까 두려운 마음도 생깁니다. 세상을 사는 주님의 백성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입니다.
이런 어려운 순간에 시편기자는 주님의 말씀을 꼭 붙들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주의 인자하심과 구원을 베풀어주시길 기도합니다. 주님의 사랑과 구원이 임하면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주님의 말씀 즉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로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길 원합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입에서 하나님 말씀이 떠나지 않길 기도합니다.
시편 기자는 주님의 말씀을 지켜 행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행하는 것이 하나님 백성의 특징입니다. 그때 자유함이 임합니다. 말씀을 세우고 말씀에 붙어서 행하면 삶의 기준과 가치관이 확실해 집니다. 반면에 말씀을 뒤로 한 채 세상 것들을 둘러보면 도리어 세상에 종이 되고 맙니다. 시편기자는 말씀을 듣고 행하는 것이 도리어 자유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유함 속에는 “넓은 곳”을 다닌다는 뜻도 들어있습니다. 말씀으로 신앙과 삶의 지경을 자유롭게 넓히는 것입니다.
시인은 주님의 말씀을 “내가 사랑하는 주의 계명들”이라고 부릅니다. 말씀을 사모할 뿐만 아니라 말씀을 사랑합니다. 말씀 안에서 기쁨을 누립니다. 주의 말씀을 향해서 손을 듭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을 작은 소리로 읊조립니다. 시편기자가 하나님 말씀을 얼마나 사모하고 사랑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도 이 가을에 주님의 말씀 앞에서 손을 들고 읊조리면서 말씀의 은혜를 깊이 누리기 원합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