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4년 추수감사절입니다. 추수감사절은 알다시피 지금부터 394년 전인 1620년 102명의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메이플라워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한 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인디안 추장의 도움과 불굴의 신앙심으로 첫 번째 추수를 하고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드린 것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감사와 기도의 날을 제정했고, 남북 전쟁 중에 아브라함 링컨이 추수감사절을 국가 공휴일로 정하면서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길 추수감사절이지 영어 그대로 하면 “감사절(thanksgiving day)”입니다. 또한 추수감사절의 유래를 제쳐놓고도 일년 중에 하루를 감사절로 지킬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뜻 깊은 일입니다. 그것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감사의 날이 있으니 더욱 의미가 큽니다.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 저는 다리미질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족들의 옷을 거의 다 제가 다립니다. 세탁기에서 갓 나온 구겨진 옷들도 다림질을 하면 반듯하게 다려집니다. 와이셔츠를 예로 들면, 갓세탁한 와이셔츠는 쭈글쭈글 심하게 구겨져 있습니다. 그대로 입고 나갔다가는 창피당하기 십상입니다. 아무리 고급 넥타이를 해도 와이셔츠가 구겨져 있으면 옷맵시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서 구겨진 와이셔츠를 다리면 금방 새 옷으로 변합니다. 새로 다린 옷을 입을 때 느끼는 쾌감도 있습니다. 다림질은 서둘러 해서는 안됩니다. 높은 온도의 다리미를 서둘러 움직이면 자칫 주름이 더 생기고 그것을 복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다림질은 대충해서도 안됩니다. 평면은 쉽지만 어깨나 소매 등은 정성껏 대려야 반듯해집니다. 다리미가 지나가지 않은 부분은 여전히 쭈글쭈글 보기 싫어서 꼼꼼하게 다리미를 움직여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다림질을 하면서 감사를 떠올리곤 합니다. 우리들 인생길도 만만치 않게 쭈글쭈글 구겨져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우리네 살림살이는 늘 쪼들립니다. 남들은 자녀들도 잘 키우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것 같은데 막상 자신에게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닥칩니다. 갑자기 건강에 빨간 불이 켜져서 가슴 졸이면서 한 해를 보내기도 합니다. 쉽지 않은 인생길입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염려와 근심으로 구겨져있고, 불안과 두려움은 인생길에 골을 새겨놓습니다.
그때 우리의 인생을 반듯하게 펴 주는 것이 ‘감사(thanksgiving)’입니다. 감사는 염려와 근심으로 구겨진 인생을 활짝 펴줍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감사하면 여유가 생기고 마음 깊은 곳에서 소망의 빛이 비춰 옵니다. 그리고 기쁨이 생깁니다. 감사와 기쁨은 서로 짝입니다. 저는 옷을 다리면서 제 삶을 생각하고, 다림질을 하면서 감사로 제 삶을 다려봅니다.그래서 다리미질 하는 것이 참 좋습니다. 조금 과하게 말하면 다림질이 주는 은혜가 있습니다. 다림질을 통해서 옷들이 반듯하게 펴지듯이 감사로 제 삶이 반듯해 지길 기도하면서 옷을 다리곤 합니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감사는 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가야 할 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가진 것에 감사하십시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입니다. 만약 갖고 있지 않은 것에 계속해서 마음을 쓴다면,당신의 인생은 늘 부족해서 채워지지 않을 것입니다”고 말했습니다. 사도바울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것은 모두 다 좋은 것이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딤전4:4)라고 깨우쳐줍니다. 감사는 우리들 인생길을 날아오르게 합니다. 감사는 더욱 풍성한 삶을 살게 만들어줍니다. 감사할 때 하나님 마음 속으로 들어가고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감사는 우리의 삶을 반듯하게 다려줍니다.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가장 큰 명절입니다. 감사하라고 국가가 정해준 뜻 깊은 날입니다. 요즘은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 감사절의 본래 의미를 빼앗아버렸지만, 감사절의 본뜻을 되찾아야 와야 합니다. 지나 온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감사를 세어보고 여기저기 보기흉한 구김살들을 감사로 반듯하게 펴는 감사절이 되길 원합니다. 그러고 보니 감사야 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커다란 축복입니다. 복된 추수감사절 맞으십시오.(2014년 11월 27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