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호산나(“지금 구원해 주소서”)>라고 외쳤습니다. 구약의 예언대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오시는 예수님을 메시야로 대우한 것입니다. 백성들은 죽은 사람까지 살려내신 예수님께서 로마권력을 물리치고 그들이 간절히 바라던 메시야 왕국을 세워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생각은 그들과 달랐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죽는 길을 택하셨습니다. 정치범 또는 강도들이나 달리는 수치의 십자가에 달리신 것입니다. 죄가 없으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모두 담당하시고 속죄 제물로 죽으신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단지 이스라엘 백성들만의 구원이 아니라 온 인류를 향한 구원 계획을 갖고 세상에 오셨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그리고 예언하신대로 사흘 만에 죽음에서 부활하셨습니다. 사망권세와 세상을 지배하는 악한 세력들에 대해서 승리하신 것입니다.
이번 주간은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기억하며 동참하는 고난주간입니다. 고난주간을 보내면서 우리의 마음을 예수 그리스도께 집중하기 원합니다. 우리들 신앙이 대체로 이기적이어서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우리들 자신을 지향합니다. 그런데 성경이 가르쳐주는 온전한 신앙은 하나님을 향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번 고난주간에는 하나님을 사모하고 바라보기 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마음에 품고 그 십자가 앞에 나가기 원합니다. 예배는 물론 삶의 중심을 예수 그리스도로 삼는 것입니다.
고난 주간을 보내면서 오늘 본문인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읽고 묵상하고 암송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단어 한 단어, 각 구절과 표현들을 꼼꼼히 읽고 말씀을 곱씹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도바울과 똑같이 고백하면서 부활절을 맞기 원합니다. 바울은 이제 자신이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신다고 고백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없습니다. 그리고 오직 그리스도만이 그의 삶에 드러납니다. 바울의 과거도, 그가 범한 죄들도, 그를 유혹하는 악한 세력들도, 그를 핍박하고 힘겹게 하는 모든 것들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바울이 육신의 몸을 입고 살고 있지만 그의 마음과 생각 그리고 영은 온전히 그리스도로 옷 입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 것입니다.
바울의 고백은 예수님을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고백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과거에 얽매입니다. 죄에 지배를 받습니다. 악한 영이 우리를 시험하고 유혹합니다. 자아가 강해서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주인으로 살아갑니다. 염려와 근심을 온 몸으로 느낍니다. 두렵습니다. 바울은 이 모든 것을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십자가에 모두 던졌습니다. 아니 예수님께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십자가에 죽으셨음을 믿었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십자가의 능력에 동참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활절을 맞이합니다. 부활은 죽음의 세력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요 새로운 생명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고 예수님과 함께 다시 살아남으로 온전히 변화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기 원합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