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회력에 따라서 부활절 둘째 주일입니다. 교회력에 의하면 앞으로 6주간 성경강림절까지 부활 절기를 살게 됩니다. 부활절이 지난 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 50여일이 부활절의 연속인 셈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제자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사도행전에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늘나라의 일을 말씀하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행1:3).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도 회개하는 자에게 임하는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셨고, 부활하셔서 승천하기 전에도 하늘나라에 대해서 알려주셨습니다. 더불어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약속하신 성령이 임할 것을 기다리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는 제자들이 두려움에 모두 흩어졌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에는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고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서 성령이 임하길 기다렸습니다. 그로부터 10여일 후인 오순절에 약속하신 대로 성령이 임하고 제자들은 복음을 전하는 사도로 거듭났습니다.
이처럼 부활절부터 성령강림절까지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주님께서 명령하신대로 성령의 임재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제자들이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서 함께 기도했듯이 우리들도 기도하는데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전해주시는 하나님 나라 복음을 묵상하고, 우리가 사는 곳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도록 빛으로 소금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기도 가운데 성령 강림절을 준비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힘으로 되지 않습니다. 주님의 일을 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 은혜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독교를 은혜의 종교라고 부릅니다. 은혜(grace)는 값없이 임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해서 얻게 되는 보상이 아닙니다. 자격이 있어서 받는 상급도 아닙니다. 우리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니 할 수 있는 여력도 없습니다. 그런데 은혜가 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주님의 은혜를 경험하면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게 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은혜 속에 사는 것은 감사와 기쁨이 넘칩니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아갑니다. 무엇보다 아무 조건도 없이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좋으신 하나님을 깊이 만납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성경에 나오는 네 명의 여성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별한 상황에서 은혜를 경험한 인물들입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몸종인 하갈입니다. 하갈이라는 이름에는 “훌쩍 떠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아브라함과 사라 사이에 이삭이 태어나자 하갈은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사막으로 쫓겨납니다. 마실 물이 없는 사막에서 하나뿐인 아들을 키울 여력이 없자 죽음을 택합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이들 모자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십니다. 샘물이 터지게 하시고 사막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십니다. 주인에게 추방당한 여종과 그녀의 아들에게도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은혜는 차별없이 임합니다. 할렐루야!–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