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유대인 학살과 핍박이 일어나고 있을 때,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르 샹봉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던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그곳에는 안드레이 트로크메라는 개신교 목사가 있었는데, 이 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충실하게 설교했고 교인들에게 복음대로 살기를 요청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마을로 피신해 오는 유대인들을 보호해 주고, 그들의 도피처가 되어 주자는 권면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트로크메 목사의 부탁을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유대인 피난민들이 마을에 도착하면 각 가정이 한 명 또는 한 가구씩 맡아서 도와주었습니다. 자신들의 이름으로 아이들을 학교에 등록시켜서 교육을 받게 했습니다. 당시 프랑스도 나치 치하에 있었기에 유대인들을 돕는 것이 정부에 발각이 되면 감옥에 가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르 샹봉 마을의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인구에 버금가는 5천명의 유대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습니다.
어려서 가족과 함께 르 샹봉 마을로 피난 갔다가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훗날 영화감독이 된 피에르 소바주라는 분이 30년 만에 마을을 찾았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70-80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우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수천 명의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해준 시대의 영웅들답지 않게 겸손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종교도 아닌 유대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이유를 마을의 한 노인에게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했기에 도와주었을 따름입니다. 성경에는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자를 돌보라고 가르쳐줍니다. 우리는 성경대로 했을 뿐입니다.”
마을을 방문했던 영화감독 소바주는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소바주가 만든 영화 제목을 <신앙의 무기들>이라고 번역하고 싶습니다. 르 샹봉 사람들이 유대인들을 숨겨주고, 유대인 자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신앙의 무기를 선하게 사용한 것입니다. 그들은 신앙 속에서 힘과 용기를 얻었고, 아무 대가도 없이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도왔습니다. “성경대로 했을 뿐입니다”라는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줍니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 르 샹봉 사람들이야말로 신앙을 선한 일에 사용할 줄 알았던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었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에 대해서 비판적입니다. 교회나 그리스도인들의 잘못으로 인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값싸게 취급 받고 있습니다. 세속주의가 등장하면서 기독교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 관심을 갖지 않고 심지어 구닥다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과학 문명이 빠르게 발달해서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다 빼앗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삽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음은 조용하게 앉아서 하나님 말씀을 읽고 기도할 시간마저 훔쳐갑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신앙이 피상적이 되었습니다. 속은 텅 비었고 겉만 번드르르한 경건의 모양만 남았습니다. 신앙의 무기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진정한 복음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사상이나 이론, 신학적 논쟁이나 높은 학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말씀대로 살려는 순수한 의도와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자신의 배를 채우거나 혼자서 축복받겠다는 식의 믿음은 이제 청산해야 합니다. 소외되고 힘없는 이웃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그들 편에 서야 합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을 대접한 사람이 하늘의 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르 샹봉 마을 사람들처럼 성경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참된 신앙으로 무장한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지길 원합니다.(2015년 5월 28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