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올해도 우리 각자의 삶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 했습니다. 평생동안 경험하는 삶의 굴곡이 한 해의 삶에도 그대로 나타나서 파도타기 하듯이 인생의 정상과 골짜기를 번갈아 경험했습니다. 어려움이 닥치면 조마조마 했고 어김없이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다가도 좋은 일이 생기면 금세 얼굴이 활짝 펴졌습니다. 이렇게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면서 한 해를 살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올 한해 무척 복잡했습니다. 온 세계가 테러의 공포 속에서 평화를 기원해야 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총기사고도 골칫거리입니다. 세상이 하나가 되기보다 종교와 인종 그리고 각각의 이해관계로 점점 갈라지는 양상입니다. 엘니뇨로 인해서 올겨울에는 샌프란에 비가 많이 내리지만,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납니다. 미국 경제가 좋아졌다는데 우리네 서민들에게는 치솟는 렌트비가 걱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오늘 살펴볼 말씀은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예수님께서 잎만 무성하고 열매가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사건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시니 장사꾼들의 소굴이 되어 있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은 권력을 휘두르고, 성전을 찾는 사람들도 하나님을 예배하기 보다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느라 바빴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이 더럽혀진 것을 두고 분노하십니다. 그리고 성전을 깨끗이 정화하십니다.
날이 저물면서 예수님 일행이 베다니 숙소로 갑니다. 시장하신 예수님께서 한 무화과 나무에 다가가셔서 열매를 찾으시지만, 잎만 무성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나무를 저주하십니다. 이튿날 제자들과 함께 무화과나무 옆을 지나는데 제자들이 보니 나무가 뿌리까지 말라버렸습니다. 예수님의 저주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여기서 무화과나무는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신앙을 잃어버린 이스라엘을 가리킵니다.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심판의 때가 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여기에 쓰인 때(시간)는 단순히 달력에 따라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특별한 시간을 가리키는 “카이로스”라는 헬라어가 쓰였습니다. 때가 되지 않았지만, 예수님께서 열매를 찾으셨습니다. 날마다 마지막 때를 준비하고 있으라는 교훈입니다.
잎만 무성하고 열매가 없는 신앙은 소용없습니다. 잎보다 열매가 우선입니다. 예수님께서 찾으실 때, 주님 앞에 내어 드릴 열매를 준비해야 합니다. 예수님 당시의 이스라엘은 열매는 없고 잎만 무성했습니다. 장사꾼으로 가득 찬 예루살렘 성전이 대표적입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기도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믿음의 기도는 산을 옮길 수 있다고 약속하십니다. 기도야말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인정하고 의지하는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도하는 사람은 자신이 길을 계획하지만 그 길을 인도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인정합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로 살면서 하나님의 행하시는 것을 보고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곧 열매 맺는 삶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하나님 앞에 드릴 열매가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 잇속대로 살았던 잎만 무성한 신앙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신 삶의 열매로 감사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