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4장 – 닭이 울더라

어느덧 9월 중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올해도 네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연초에 참빛 식구들께서 주신 기도제목을 한 장 한 장 넘겨봅니다. 마음의 소원대로 응답된 기도, 여전히 기도가 계속되고 있는 제목들,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겠지만 섭섭하게도 응답되지 않고 지나친 기도까지 연초에 주신 기도제목 만큼이나 참빛 식구들의 삶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인생 여정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여서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고집을 피울 것도 아닙니다. 수가 많으신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인생과 신앙에 유연한 태도를 갖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혜입니다. 2016년의 남은 날들을 주님 안에서 알차게 보내셔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을 들으시는 참빛 식구들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십자가 죽음을 하루 앞둔 저녁,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지셨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을 팔 것과 베드로 역시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시면서 떡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나눠 주셨습니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팔기 위해서 만찬 자리를 뛰쳐나갔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과 함께 죽으면 죽었지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잡히시고 심문 받으시는 현장에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합니다. 예수님 말씀이 그대로 이뤄진 것입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이토록 무력하게 잡히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님 사역의 끝이 십자가의 죽음으로 끝날 것을 미리 알았다면 애초부터 예수님을 따라 나서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수만 명이 모이는 유월절에 말 그대로 메시아로 예루살렘에 우뚝 서실 것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동상이몽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신앙 가운데서 펼쳐지는 상황이 다를 때, 베드로와 제자들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로마를 무너뜨리고 다윗 왕국을 세우실 것이라고 믿었던 제자들과 예루살렘 백성들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믿으면 우리 생각대로 세상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생각은 전혀 다르십니다. 거기서 신앙의 부조화가 일어나고 때때로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우리 역시 동상이몽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우리의 생각과 예수님의 생각을 일치시키는 과정입니다. 예수님께서 알려주시고 몸소 가시는 길이 우리의 예상과 달라도 베드로의 처음 고백처럼 죽을 지언정 예수님을 끝까지 따르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 길이 십자가의 죽음이 있는 골고다 언덕을 향해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실 예수님을 소망 중에 바라보는 것입니다. 거기서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의 힘이 나옵니다. 삶의 모습과 환경이 어떠하든지 끝까지 예수님을 따르기 원합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