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우리 교회는 마가복음을 공부했습니다. 청년부에서 먼저 공부했고, 이어서 속회에서도 마가복음을 공부했습니다.“공부”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한 것은 우리가 성경을 공부할 때, 말씀이 더욱 선명하게 우리 안에 아로새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공부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세한 내용을 잊어버립니다. 반복 학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성경은 평생을 읽고 듣고 공부하고 외우고 묵상할 하나님 말씀이지만, 배울 때 집중해서 살펴보면 학습효과가 좋을 것 같아서 두 차례에 걸쳐서 마가복음을 주일에 설교했습니다. 작년 말에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을, 이번 여름에는 예루살렘 사역을 나눠서 살펴보았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파편처럼 널려 있으면 신앙이 허술하게 형성됩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신앙의 정보들을 잘 꿰어서 나름대로 작품을 만들어 놓으면 보기도 좋고, 신앙을 삶 속에 올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은 것에 연연하기보다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무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앞서서 숲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가복음을 듬성듬성 한 장씩 살펴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빛 식구들의 신앙이 바르게 조직되고, 하나님 앞에서 각자 신앙의 집을 근사하게 지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런저런 말이나 이벤트, 프로그램에 휩싸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거나 심하게 의존하지 않고 줏대 있는 신앙을 만들어 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배운 내용은 잊어버려도 그것들이 참빛 식구들의 신앙과 삶에 베어 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가복음은 신약성경의 사복음서 중에서 분량이 가장 짧고, 진행되는 속도도 빨랐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이나 광야 시험 없이 곧바로 갈릴리 사역을 소개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쉬지 않고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반면에 제자들은 예수님의 참뜻을 밝히 알지 못하고 늘 동상이몽입니다. 결국 한 명의 제자가 예수님을 팔았고, 베드로는 예수님을 부인했으며, 예수님은 홀로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께서 사흘 만에 부활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완전히 죽으셨다가 살아나셨음을 로마 군병의 확인과 아리마대 요셉의 장례를 통해서 알려줍니다. 우리가 모여서 예배하는 주일인, 안식 후 첫날에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제일 먼저 목격한 사람들은 예수님의 무덤을 찾았던 여인들이었습니다. 다른 복음서에서는 부활 소식을 들은 베드로가 제일 먼저 달려갔다고 했지만, 마가복음에서는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여인들과 엠마오로 내려가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을 먼저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음식을 먹고 있던 열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믿음이 없는 것과 마음이 완악”해서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은 것을 꾸짖으십니다. 그리고 온 천하에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길 부탁하셨습니다.
이렇게 기독교는 예수님의 부활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바울의 고백대로 부활이 없으면 믿음도 헛되고 기독교 자체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 신앙도 부활에 근거합니다. 부활로 죽음의 세력이 물러가고 새로운 생명과 세계가 임했듯이, 부활을 믿는 우리에게도 생명이 임했기에 날마다 생명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