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1.

요즘 이상하게 체중이 불었습니다.

목사이기에 대접을 받을 때나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맛있게 많이 먹지만,

집에서는 아주 조금(?) 식사를 하는데도 말입니다.

 

은퇴하신 어르신들께서

아무리 적게 먹어도

체중은 그대로라고 하시는 말씀이 제게 닥쳤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의 신진대사(metabolism)가 느려지고 약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겠지요.

 

2.

저희 부부가 하는 운동은 “걷기”입니다.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아내나

체중조절이 필요한 저에게 걷기는 안성맞춤입니다.

 

하루에 6천보 이상,

대략3마일을 평균적으로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바쁠 때는 우리가 개척한 동네 길을 걷고,

여유가 있을 때는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수정샘 산책로(crystal spring trail)를 걷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힘들 때,

“생명길”이라고 부르던 산책로입니다.

큰 아들이 대학원 준비로 어려울 때 함께 걸었고,

작은 아들이 집에 있을 때도

함께 걸었던 추억의 길입니다.

 

3.

어제와 오늘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세상을 위해서 늘 기도하지만

이처럼 절망 가운데 기도한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은 물론 어려운 성도님들께 닥친 오바마 캐어,

비자 문제로 늘 고심하고 있는 참빛 식구들,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안개 만큼이나 시야 제로인 불확실성!

 

“시장 위험(Systematic risk)”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구조적인 또는 시장 자체가 갖고 있는 위험입니다.

 

정부가 이자율을 올리거나, 불황에 접어들거나,

심한 경우 자연재해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위험입니다.

이 경우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위험에 노출되는데

미국의 시장 위험 지수가 꽤 높아질 것 같습니다.

 

4.

이럴 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걷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것 뿐입니다.

 

얼마전 설교 시간에 나눴던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자신에게 닥친 통제할 수 없는 어려움 (정신 질환을 앓는 아내와 살아야하는) 앞에서

마라톤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견디고 살아남았 듯이 말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서로 격려하고, 기도해주고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실제적인 정보’를 나누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오늘도 수정샘 산책로를 걸으면서

우리를 붙잡고 계시고, 산처럼 둘러 보호하시는 하나님께서

참빛 식구들과 우리 교회를 지켜주시고 함께 해 주시길 기도했습니다.

 

힘냅시다.

그리고 또 걸어갑시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여호수아 1:9)

Be strong and courageous. Do not be frightened, and do not be dismayed,

for the Lord your God is with you wherever you go. (Joshua 1:9)

 

하나님 아버지

참빛 식구들께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6.11.10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