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그리스도인을 두고 하늘나라 시민권을 소유했다고 알려줍니다(빌3:20). 로마가 세상을 통치하던 시대에 로마 시민권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고 사도 바울 자신도 전도여행을 하면서 로마 시민권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이 로마 시민권에 비할 수 없는 하나님 나라 시민권을 갖고 있다고 깨우쳐줍니다.
사도 바울의 가르침대로 우리는 두 가지 시민권을 갖고 삽니다. 하나는 이 세상 국가에 속하면서 얻게 된 시민권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상 국가의 시민권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순간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됩니다. 바울은 이것을 세상의 시민권과 비교해서 하늘나라 시민권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바울은 또한 그리스도인을 두고 하나님 나라 대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고후5:20). 미국에 파견된 한국 대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일이 세상에 알려지고,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찾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대사는 파견된 국가에서 본국을 위해서 일합니다. 만약에 대사로 파견되어서 대사의 일은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잔치를 하고 대사관 안에서만 활동한다면 본국에서 파견한 대사의 임무를 올바로 실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대사는 밖에 나가서 활동해야 합니다. 파견된 국가와 협력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나라를 소개해야 합니다. 또한 그곳에 살고 있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도와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라는 지위와 대사라는 임무를 생각하면 왜 우리가 세상 속으로 흩어져야 하는 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만 활동하고 우리끼리 좋아한다면 그것은 대사의 임무를 실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 밖인 세상 속에서 각자에게 맡겨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교회로 모이는 것이 시작이라면 세상으로 흩어지는 것은 모임의 목적이고 종착점이라고 지난 주에 말씀드렸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슴에 품고 세상으로 흩어져야 합니다. 오늘 본문인 요한복음 4장속의 예수님처럼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소개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복음을 전할 목적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하거나 그들을 조종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언제든지 복음을 전할 준비를 하면서 이웃을 섬기고 삶을 통해서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 각자가 교회임을 기억하기 원합니다. 흩어진 주의 백성으로 맡겨진 거룩한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기 원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