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올 한 해 열두 달이 지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때로는 달력이 없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달력의 기원은 고대 이스라엘은 물론 인류 문명의 발상지에서 공통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하루, 보름달이 찾아오는 한 달, 계절이 바뀌고 밤과 낮의 길이가 변동하는 한 해까지 인류 최초의 과학자이자 현자들은 달력을 만들어서 자연의 이치와 더불어 살아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력을 이용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달력에(시간에) 맞추는 아이러니가 발생했습니다. 햇수가 지나도 몸에 이상이 없다면 성경의 갈렙처럼 인생 팔십에도 청춘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80세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아파지는 것을 느끼고 의기소침해집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갈 때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심란합니다. 새해를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새해의 결심을 지키지도 못한 채 새달이 지나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줍니다. 편리를 위해서 시간을 만들어놓고 도리어 시간에 지배받는 식입니다.
올해 우리 교회 표어가 <작은 일에 충성>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에게, 세상 속에서 작은 일에 충성하기 원합니다. 큰일을 생각하고 한 해를 통째로 생각하다 보면 조급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충성하면서 하루를 살고 한 가지씩 주어진 일을 차근차근 해내는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로웠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마치 어떤 일에 몰두하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우선,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과 보내는 개인 경건의 시간, 골방 기도의 시간, 공동체 예배와 친교 시간이 창조적이고 생산적이길 원합니다. 둘째로, 자기 일에 몰두하는 한 해가 되기 원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남의 일을 돌아봄과 동시에 자기 일을 돌봐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한 달란트에 충성하는 것입니다. 셋째로, 주변에 있는 지극히 작은 한 명의 이웃을 섬기기 원합니다. 자신보다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가가서 받은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편 기자가 고백하듯이 주의 손으로 지으신 하늘과 그곳에 베풀어 두신 해와 달을 보면서 주님을 만나고 찬양하는 것입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창조세계를 세심하게 느끼고, 그곳에 깃든 하나님의 손길을 작은 것까지 포착하는 삶의 여유를 갖기 원합니다. 자고 일어나는 하루의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곳에 임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 거룩한 시간으로 2018년을 장식하기 원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