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절에

Happy Thanksgiving!

 

1.

2020년 추수감사절을 맞았습니다.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모임이 취소되고

조촐하게 맞는 감사절입니다.

 

그래도 한 해 동안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감사가  샘솟길 원합니다.

 

2.

올해는

1620년 겨울, 메이플라워를 탄 102명의 청교도들이

미국 동부 플리머스에 도착한 지 400년되는 해입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은

원래 예정했던 뉴욕 허드슨강 하구가 아닌

보스턴 근처 플리머스에 상륙해서 혹독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었을 때는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때 근처에 살던

원주민(Native American)들이

집을 짓는 법부터,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짓는 법과

사냥까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비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들의 도움으로 청교도들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함께 모여서 잔치를 벌인 것이

추수감사절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3.

그런데 4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청교도들의 관점이 아닌

원주민의 입장에서 당시의 상황을

새롭게 조망하고 해석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엊그제 USA Today/Cape Cod Times에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추수감사절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한 기획 기사가 실렸습니다.

 

청교도들이

자신들에게 생존 비법을 알려준 원주민들을 초대해서 함께 잔치를 벌였다는 것에 대해서,

사실 청교도들은 자신들만의 조촐한 감사절 축제를 했고,

총을 쏘면서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는데

총소리를 들은 원주민들이 무장하고 찾아오면서

협상과 동시에 원주민들이 사냥한 사슴 등으로 잔치를 벌였다는 것입니다.

 

화기애애한 축제이기보다

어색한 긴장감 속에서 펼쳐진

일종의 외교적인 만남이었다는 것이지요.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신대륙을 찾아온 청교도들이

자신들을 해칠 수 있다는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청교도들도 원주민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로 신사협정을 맺지만, 청교도들에게 유리한 조문들이었습니다.

 

결국, 원주민들은

총으로 무장한 청교도들에게 제압당하고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깁니다.

 

그러니,

우리가 추수감사절로 지키는 오늘이

이 땅에서 원래 살고 있던 네이티브 어메리칸들 입장에서는

통곡의 날(the day of mourning)이 된 것입니다.

 

4.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도착한 지 400년,

에이브러햄 링컨이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제정한 지 157년,

그동안 우리는 추수감사절을 축제의 날로 흥겹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마음 한쪽에

추수 감사절을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보호구역으로 내어쫓긴 비극이  시작된 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일에 명암이 있게 마련입니다.

누군가 혜택을 입으면, 누군가 손해를 입고

누군가 행복하면, 누군가는 불행하고

세상일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평화로울 수 없습니다.

 

감사절을 보내면서,

올 한 해 동안, 행여나 나(우리)로 인해서 슬퍼하거나 손해 본 이웃은 없는지

내가 기뻐하고 감사할 때, 같은 상황에서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분들은 없는지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를 세심하게 살피고, 매사를 속단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가난한 자와 부한 자가 함께 살거니와

모두를 지으신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22:2)

The rich and the poor meet together; the LORD is the maker of them all. (Prov 22:2)

 

하나님,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주님의 마음으로

어그러진 세상을 품고 사랑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20. 11. 26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