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1.
지난 주일 설교에서
<호모 비아트로 Homo Viator> 라는 말을 소개했습니다.
길을 걷는 존재, 여행자와 같은 인생이라는 뜻입니다.
“한 평생”이라는 말은
우리가 걷는 인생길이 ‘한’없이 길다는 의미와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뜻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평생은
어느 시인의 싯구대로 “소풍”이요
노래 가사 대로 “나그네길”입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오르막과 내리막과 같은 인생의 굴곡
때로는 험한 길, 때로는 고속도로와 같은 평탄한 인생길을 만납니다.
그 길을 가면서
미움, 시기, 질투, 경쟁, 실패
사랑, 화해, 양보, 승리, 기쁨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합니다.
그 길을 함께 걸을 “길동무”가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고, 가장 큰 축복입니다.
2.
지난 월요일 아침
우리 교회의 최 연장자셨던
낸시 바렛 권사님께서 94세로 하나님께 가셨습니다.
낸시 권사님의 한평생도
말 그대로 곡절(曲折)의 삶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셨건만
남편은 권사님과 갓난아이만 남겨놓고
전쟁터로 나가서 행방불명이 되셨습니다.
7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 시기에
주택을 개조해서 사고파는 사업을 하셔서 나름 성공하셨습니다.
재혼을 하셔서 일찍이 미국에 오셨습니다.
아들을 미국에서 공부시키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신 것입니다.
권사님 소원대로 버클리 공대를 졸업한
어느덧 70이 넘으신 아들의 효도를 마지막까지 충분히 받고 하나님께 가셨습니다.
권사님 집 뒤뜰은 가파른 절벽입니다.
그곳을 모두 일구셔서 산비탈의 정원을 만드셨고
그곳에 갖가지 꽃들과 채소를 심으셨습니다.
한시도 가만히 계시지 않던 부지런한 권사님이십니다.
깔끔하시기가 이를 데 없으셨습니다.
지난 5-6년은 거의 노환으로 집에 계셨습니다.
코로나 전에 심방 가면, 교회 걱정을 하시고,
따뜻해지면 교회에 꼭 오고 싶다고 저희 손을 꼭 잡으셨습니다.
노련하게 신앙을 표현하지 못하셔도
끝까지 하나님을 놓지 않으셨던 멋쟁이 권사님이셨습니다.
연초에 달력과 교회 선물을 갖고
잠깐 권사님을 뵈러 갔더니
기도하는 중에 그렇게 흐느껴 우셔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홀연히 하나님께 가셨습니다.
평생 편두통으로 타이레놀을 조제해서 드시고
노년에는 허리도 아프셔서 앉아있기 힘드셨는데
이제 고통도 아픔도 없는 하나님 품에서 영원히 안식하실 줄 믿습니다.
3.
권사님의 한평생을 회고하면서
우리가 걷는 인생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끝이 있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끝은 빈손으로 홀연히 하나님께 가는 길입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끝까지 남는 것이 무엇일까요?
상투적이지만 다시 스스로 다짐합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남는 인생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님 손을 꼭 붙들고 주어진 인생길을 걷기 원합니다.
우리 곁에 있는 길동무, 신앙의 동지들과 기쁨을 나누며
오늘 하루, 한평생 그 길을 가기 원합니다.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천사들을 명령하사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심이라 (시 91:11)
For he will command his angels concerning you
to guard you in all your ways.(Ps 91:1)
하나님,
참빛 식구들이 가는 모든 길을
천사를 동원해서 꼭 지켜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21. 1. 21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