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에서
4장으로 구성된 룻기는 각 장에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서, 룻기를 연극 무대에 올린다면 1장부터 4장까지 4막의 연극이 될 것입니다. 룻기 1장의 주인공은 나오미입니다. 나오미는 잠언 31장에 나오는 “에셰트-하일, 강인한 여성”입니다.
고향인 베들레헴에 가뭄이 들면서 나오미는 남편 엘리멜렉의 인도로 두 아들과 함께 모압 땅으로 피난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남편과 두 아들을 잃습니다. 두 며느리와 셋이 살다가 고향 베들레헴에 풍년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압 며느리 룻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시어머니 나오미를 향한 룻의 충성이 돋보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오미와 룻 모두 “에셰트-하일, 강인한 여성”입니다.
룻이 돌아온다는 소문을 듣고 작은 동네 베들레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온 동네가 떠들썩했을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은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온 나오미를 보고, “이 사람이 진정 나오미냐”(19절)고 수군거렸습니다. 여러 날을 며느리 룻과 함께 걸어서 왔으니 나오미의 모습은 더욱 더 형편없었을 것입니다.
나오미가 나서서 자신의 처지를 알립니다. 자신을 더 이상 “즐거운, 기쁜, 행복한”이라는 뜻의 나오미라고 부르지 말고 “마라(쓰디쓴)”로 부르랍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엘-샤다이)께서 자기에게 고통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풍족하게 모압으로 떠났는데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 하나님께서 자신을 치신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나오미라고 부르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알고 보니 나오미는 베들레헴의 유력한 가문이었습니다. 재산을 정리해서 넉넉한 자금을 갖고 모압으로 이주했습니다. “내가 풍족하게 떠나갔더니”라는 나오미의 말이 증명합니다. 그런데 빈털털이가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예전에는 풍족했는데 지금은 비었습니다. 나오미는 그 모든 것을 전능자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나오미의 말을 들은 베들레헴 사람들의 반응은 본문에 없습니다. 쯧쯧 혀를 차면서 나오미를 동정하거나, 무시하거나, 수군수군 비난했을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서 하나님께서 벌을 주신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나오미의 과거는 화려했습니다. 그런데 모압에서 십여 년을 살고 돌아온 현재의 모습은 초라합니다. 현재는 아예 나오미가 없고 “마라”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오미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오미를 벌하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오미에게는 모압 며느리 룻이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룻기 말씀이 흥미진진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