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좋은 아침입니다.

 

1.
그동안 몸이 편치 않으셔서
예배에 오지 못하시던 권사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목사님, 얼굴이 마르신 것 같다”고 하십니다.

 

체중에 변화가 없는데 아무래도 머리숱이 적어지고
얼굴에 살짝 주름이 생기니 말라 보였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종종 듣는 인사말이어서
권사님 말씀이 새삼스럽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젊었을 때의 모습은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육십 대의 모습이 새록새록 나타납니다.

 

사진을 찍으면
상상하던 제 모습이 아니라
젊은(?) 노인이 사진 속에 있습니다.
자연스레 사진 찍히는 것을 피하게 됩니다. ㅎㅎ

 

세월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2.
지난 주일에
교회 식구들과 축구 경기를 했습니다.

 

하루라도 젊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은 운동이 축구이기에
교회 정리를 아내에게 맡기고 운동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공 차는 것을 즐깁니다.
공을 찰 수 있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젊은 시간이니까요!

 

어느덧 우리 자녀들이 커서 제법 공을 잘 찹니다.
축구 클럽에서 공차는 법을 배운 아이들은
발 재간까지 좋습니다.

 

팬데믹 전만 해도
아빠를 귀찮게 하던 아이들인데
이제는 아빠와 함께 경기에 몰입합니다.
축구 실력이 이제 곧 아빠들을 추월할 기세입니다.

 

저는 반대입니다.
마음은 펄펄 날고 싶지만, 몸이 따르지 않습니다.
공을 찬 다음 며칠 동안 찾아오는
온몸의 통증을 생각하면 달리다가도 발이 멈춥니다.

 

한 세대가 가면,
또 새로운 세대가 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늘 젊을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3.
거울을 보기 전까지는
제가 젊은 줄로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공을 차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착각입니다.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모습도 기우뚱기우뚱,
그리고 헛발질이 잦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엇박자를 내면 안 됩니다.
젊은이가 노인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도,
노인이 여기저기 참견하며 수선을 떠는 것도
착각이고 엇박자입니다.

 

솔직한 자기 모습,
자기가 처한 환경과 처지를 알아내고
그에게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생을 사는 지혜일 것입니다.

 

매사에 때가 있다는 전도서 말씀이 생각납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전도서 3:1,11)

 

하나님,
주님께서 보내신 자리에서
최고로 행복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1. 10. 20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