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작 옆으로 비켜서서

좋은 아침입니다.

 

1.
요즘 아침에는
구약성경 전도서를 읽고 있습니다.

 

연말을 맞아서 전도서를 읽는 것은
커다란 유익입니다.
전도서는 인생의 기준점을 맨 마지막에 갖다 놓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조망하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고 색다른 접근입니다.

 

전도서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 입니다.

 

여기서 “헛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하벨>은
물 한 방울 똑 떨어지는 모습,
한숨(one breath), 바람결
+/-도 아닌 zero(0)
거기서 거기 등등으로 풀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인생 자체에 또는 세상살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전도서의 관점으로 인생이나 세상을 보면,
자칫 비관주의에 빠지거나 의욕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도 출세해도 소용없고
심지어 지식과 지혜를 쌓아도 소용없다는 식이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요즘 세상에 적합하지 않은 가르침처럼 들립니다.

 

2.
이처럼 구약 성경의 전도서는
정통(일반적인 신앙)에서 살짝 옆으로 비켜 서 있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잠언만 해도
열심히 일하면 대가가 있으니
개미처럼 열심히 일할 것을 촉구합니다.
물질을 가지고 친구를 사귀라는 말도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고
가능한 최고의 삶을 살아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라는 교훈입니다.

 

그런데 전도서로 넘어오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니 얼떨떨합니다.
이번에 전도서 묵상을 처음 하시는 분들은
전도서 말씀이 의아하고 적응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전도서는 색다른 말씀입니다.

 

3
2022년 한 해를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때로는 세상 것, 헛된 것에 집착했습니다.

 

세상에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지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을 결코 탓할 수 없습니다.

 

대신, 연말을 맞았으니
가까운 출구(exit)를 이용해서
잠시라도 곁길로 내려가는 보는 것입니다.
한 해 동안 몰고 온 인생의 자동차를 세우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것이지요.

 

꼭 필요한 것들, 의미 있고 중요한 순간들을 꼽아보고
그 안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해 내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 모두에게
잠깐이라도 꼭 필요한 시간이고, 반드시 해야 할 작업입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전도 12:13)

 

하나님,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1. 12. 15 이-메일 목회 서신)